'유명무실' 정부위원회 대수술…629개 중 최대 절반까지 줄인다

정부위원회 정비계획 국무회의 보고…대통령실 "직속 위원회 최대 70% 감축"
최대 5년 이내로 존속기한 설정 제도화…부실운영시 예산 삭감
이상민 "책임회피·위인설관 위원회, 근원적으로 정비"


정부가 존치 필요성이 줄었거나 운영실적이 저조해 사실상 '식물위원회'라는 평가를 받아온 정부위원회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나선다.

행정안전부는 정부위원회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최소 30% 이상 감축한다는 계획을 담은 '정부위원회 정비 추진계획'을 5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최대 70%까지, 전 부처 기준으로는 30%에서 최대 50%까지 위원회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629개에 달하는 정부위원회를 최대 절반 수준으로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위원회는 정부 정책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하지만 그간 불필요한 위원회가 마구잡이로 생기거나 회의도 열리지 않는 채로 존속하는 등 사실상 기능이 유명무실해 '식물위원회'로 전락하거나 기존 조직과 기능이 겹쳐 '옥상옥 위원회'로 불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따라 위원회의 활동이 정부 내 신속한 의사결정에 오히려 방해되고 예산이 낭비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행안부에 따르면 위원회는 정권이 바뀌어 오면서 계속 그 숫자도 증가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530개였던 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때 558개, 문재인 정부 때 631개까지 증가했다가 현재 629개가 됐다.

629개 가운데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20개, 국무총리 소속 60개이며 부처 소속 위원회는 549개에 달한다. 또 자문위원회가 587개, 행정위원회가 42개로 각 부처 자문위원회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중앙 부처별로 보면 국토교통부 소속이 60개로 가장 많고, 보건복지부 49개, 행정안전부 35개, 산업통상자원부 30개, 교육부 29개, 기획재정부 28개 등 순이다.

처 단위 부처 중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위원회가 14개로 가장 많고, 중앙행정기관인 위원회 중에서는 금융위원회 소속 위원회가 13개로 최다였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직속위 감축에 나선 배경에 대해 "예산의 고비용 저효율 상태가 심각한 것 아닌가라는 평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이전 활동을 살펴보니 2019∼2021년 지난 3년간 살펴보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위원회 회의는 거의 없었다"라며 "그래서 상당수 위원회가 거의 형식적으로 존재·운영됐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운영효율화와 위원회 정비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해 추진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실적이 부실하거나 기능이 활발하지 않은 위원회를 통폐합·정비하라고 지시했다.

행안부는 이날 보고한 '정부위원회 정비 추진계획'에 따라 모든 위원회의 존치 필요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위원회 폐지, 소속 변경, 통합, 재설계 등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위원회가 장기간 미구성됐거나 운영실적이 저조하고 유사한 위원회가 중복으로 설치된 경우를 중점적으로 정리한다. 민간위원 참여율이 낮거나 순수 자문 및 의견수렴 성격의 위원회도 손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현재 총 629개에 달하는 위원회 중 최소 30%(약 200개) 이상을 정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당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담긴 20% 감축 목표보다 확대된 규모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전 부처 기준 (위원회) 30∼50%를 줄이고 대통령실 직속 위원회는 그것보다 훨씬 많이 줄일 예정이다. 60∼70% 가까이 줄일 것 같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당시 22개였다가 일자리위원회·정책기획위원회가 새 정부 들어 없어지면서 현재 20개인데, 대통령실 설명대로라면 6개 가량만 남는 셈이다.

정부는 부처별로 위원회 필요성, 운영실적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자체 정비안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민관합동진단반을 구성해 부처별 정비안을 직접 점검하고 필요하면 개선안을 권고할 예정이다. 어떤 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정리 대상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위원회 정비안이 확정되면 이를 반영할 법령 개정안을 신속히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불필요한 위원회가 생기는 것을 막고 위원회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정기관위원회법을 개정해 원칙적으로 모든 위원회에 최대 5년 이내의 존속기한을 설정하도록 제도화한다. 불필요한 위원회가 장기간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취지다.

아울러 부처별 활동현황과 정비상황을 종합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운영이 부실한 위원회는 예산당국과 협의해 예산을 삭감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그간 불필요한 위원회가 마구 생겨났으며, 본래 설치목적과 다르게 책임회피·위인설관(爲人設官·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든다)으로 운영되는 위원회도 상당수 있다"며 "위원회를 근원적으로 정비해 정부조직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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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