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엔 사라지는데..아직도 인터넷 익스플로러만 쓰는 기관 홈페이지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
홈페이지 'IE'으로만 가능
크롬 등으론 이용 할 수 없어
15일 지원종료땐 못 쓸판
대응을 마친 민간과 대조적
웹호환성 확보 원칙도 위배

오는 15일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 대한 지원이 종료되지만, 국내에는 IE 전용 웹사이트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웹브라우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IE와 엣지, 구글의 크롬, 애플의 사파리 등이 있는데 지원이 끝난 웹브라우저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에서 한국도로공사 전자조달 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한 모습.

국내의 각종 웹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한국도로공사 전자조달시스템, 국토교통부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 한국수자원공사 조달시스템,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한국장학재단 근로장학기관 포털은 IE에서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실제로 IE가 아닌 크롬이나 사파리와 같은 웹브라우저로 한국도로공사 전자조달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해당 브라우저에서는 입찰/계약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국토교통부의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 홈페이지에선 "건축물대장 발급, 사업자, 건축심의위원회, 경제자유구역청 관련 업무만 처리할 수 있습니다"라는 창이 뜬다. 용도변경이나 착공신고와 같은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 공공기관 사이트의 행태는 우리나라 법령을 어기는 것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의 '전자정부 웹사이트 품질관리 지침'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기관 사이트는 '웹 호환성 확보'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어떤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든 간에 사이트가 동일하게 동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당 지침에는 별도의 벌칙 조항이 없어 사실상 강제성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 웹사이트의 경우 IE 지원 종료에 따른 대응 방법을 홈페이지에 고지해 놓기도 했다. 예컨대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은 "IE 지원이 종료되면 엣지(Edge) 브라우저의 'IE 모드'를 사용하라"고 안내해 놓았다. 하지만 30일마다 매번 설정 창에 들어가 해당 기능을 갱신해줘야 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엣지의 국내 점유율은 15%에 불과해 나머지 대다수의 이용자는 해당 사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엣지를 켜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된다.

반면, 은행을 비롯한 민간 웹사이트들은 대부분 IE 종료 관련 대응을 마친 상태다. 가령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구형 웹브라우저에 대한 지원 종료를 알리고, 최신 브라우저를 사용하도록 권고한다고 공지했다. 다만 SC제일은행 기업뱅킹이나 하이트진로 인사채용 홈페이지와 같은 일부 사이트는 여전히 IE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IE에 대한 지원 종료는 긴 시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져왔다. 지난 2020년에는 윈도 7에 설치된 IE 지원이 종료됐다. 윈도 8.1에 설치된 IE에 대해선 2023년까지 지원이 이뤄지지만, 현재 윈도 8.1의 국내 점유율은 2%에 머물고 있어 대다수 IE 이용자는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한 홈페이지 관리 업체 재직자는 "IE 종료가 임박해서야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답답함을 느낀다"고 했다.

IE는 1995년 넷스케이프의 경쟁자로 등장해 2000년대 국내외 브라우저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차세대웹기술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IE 점유율은 2010년 94%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도입·구글 크롬의 등장 등으로 IE 점유율이 감소했다. 2022년 5월 현재 IE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IE는 등장 당시 넷스케이프의 유료화 전환에 맞서 브라우저 무료화 시대를 이끌었다는 긍정 평가를 받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운영체제인 '윈도'에 끼워팔기를 통해 점유율을 높였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 같은 끼워팔기가 반독점법에 위반된다며 유럽연합은 마이크로소프트에 7900억 원가량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IE는 웹 표준을 무시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웹표준은 웹사이트를 만들 때 사용하는 표준 규약으로, 웹 표준을 준수하는 사이트는 모든 브라우저에서 동일한 모습을 나타낸다. 하지만 IE의 독점 체제가 지속되면서 국내외 다수의 사이트가 IE에만 최적화되어,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이상하게 나타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에서 일하는 한 개발자는 "과거 IE는 업계의 골칫거리였다"며 "IE 버전에 따라 웹사이트 모습이 다르게 보여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특히 액티브 X와 관련한 논란 덕에 IE 퇴출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IE의 전용 기술인 액티브 X가 각종 공공기관이나 은행에서 널리 사용되며, IE 이외의 브라우저에서는 해당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해외 팬들이 '천송이 코트'를 구매하려다 액티브 X 때문에 포기했다"는 일화가 소개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크롬이 과거 IE와 똑같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전세계적으로 크롬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웹 표준이 아닌 크롬에만 최적화된 사이트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과거 유튜브를 이용해 크롬을 '끼워팔기'하려다 철회한 적도 있다. 지난 2017년 구글은 크롬 이외의 브라우저로 유튜브 TV 사이트에 접속하면 "유튜브 TV를 보려면 크롬을 이용해 접속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띄워, 웹 표준을 중시하는 업계인들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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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