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깎겠다’던 민주당, 당권경쟁 먼저...쇄신은 뒷전

‘이재명 책임론’ 두고 친명 vs 친문 싸움 불붙어
박상병 “바람직한 방향 아니야. 당대표 선출돼도 장악 못할 것”
김종민 “민주주의의 기본적 상식에 어긋나”

대선 패배 이후 숨죽였던 친문, 이낙연계 의원들이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이재명 책임론’을 띄웠다. 친이재명계도 반격을 하면서 시작된 당권전쟁은 8월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 전체가 민심을 반영해 개혁과 쇄신을 외쳐야 할 때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3일 친문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 “가장 큰 원인은 이재명 고문과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 두 분이 (대선 패배 후) 한 달 만에 출마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선 때 진 패장 후보가 한 달도 채 안 돼서 다른 선거에 나가서 ‘나는 잘못 안 한 것 같다’(고 하고), ‘선거를 이끌어서 죄송하다’고 사퇴한 당 대표가 ‘그게 아니다’라며 다시 선거에 나간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문 좌장 격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이 끝나자마자 3월10일 사실상 비대위원장이 내정되고 의총에서 추인받고, 그 다음에는 그냥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비대위원이 발표됐다”며 “누구 전화 한 통화로 쫙 명단이 나오고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한 통화’의 주인공이 ‘이재명 의원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예를 들어서 그런 식의 추정부터 시작해서 그런 요소를 없애야 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전당대회를 잘 치르고 민주당이 다시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당으로 다시 거듭나는 이런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친이재명계 의원들도 반격에 나섰다. ‘7인회’ 좌장 정성호 의원은 지난 2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당권을 잡고 무엇을 한 것도 아닌데 당 일각에서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하고 있다”며 “야당이 됐음에도 마치 여당인 것처럼 행세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했고, 이제 막 집권한 대통령에게 일할 기회를 주라는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선의 연장전처럼 됐는데, 이는 이 의원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이 의원은 직접 선거에 나와 당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선당후사를 위해 보궐선거에 나섰고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이라고 했다.

문진석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의 패배가 이재명 책임이라고? 그만들 좀 하라”며 “대통령 취임 23일 만에 치르는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오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와 당 관계자들은 계파 간 극한대립이 8월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특정 인물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당 전체가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 당 쇄신과 혁신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치에선 바람직한 방향이 있고 현실적인 흐름이 있다.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최고 좋은 것”이라며 “그렇지만 당은 현실적으로 권력을 장악하는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당권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대선과 지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에 반성해야 하는데, 패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이 싸움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 전당대회까지 불가피할 것.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 당 대표가 선출되더라도 민주당을 장악하긴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에 브레이크를 걸 사람이 필요한데, 아무도 없다”며 “외부인사들을 영입해 지도부를 꾸려 계파 간 화해를 시켜야 한다. 각 계파별의 당권 구조가 아니라 국민의 여론을 물어 지도부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 역시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전당대회는 당내 경선이지만 굉장히 민심적”이라며 “역대 선거들을 보면 당 조직을 많이 장악한다고 해서 꼭 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아직도 ‘민주당’안에 갇혀 있는 것 같다”며 “대중들이 봤을 땐 특정 인물의 책임론으로 부각되는데 일반적인 국민 시각과는 다른 것 같다. 여의도(국회) 시각에서 보면 정치는 선거에서 지면 책임을 물어야 되는 것이니 그걸로 갈등이 일어났지만 국민들은 관심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선거의 참패 이것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고 지금 책임론만 던지는 실태인 것”이라며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인물과 조직과 세대가 아니라 정당과 정권 전체에 대한 반성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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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