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장·차관 4명째 女 발탁.."칭찬하니 신이 나서"

대통령실 "언론·참모진 의견 다 들어..차곡차곡 지적이 비판이 쌓여 변화하는 것"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장·차관 등 정부 요직에 여성을 적극 기용하면서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능력 위주, 성별과 지역·학력 등 안배 거부라는 기존의 인사 기조가 달라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윤 대통령의 변화를 부인하지 않고 적극 알리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국회의장단을 접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윤 대통령, 김상희 국회부의장.

29일 윤 대통령은 신임 특허청장(차관급)에 이인실 한국여성발명협회장을 내정했다. 지난 26일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과 식약처장에 모두 여성을 기용한 데 이어 4명째 여성 발탁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속상한 게 WP(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지적해서 그랬다는데 그럴 거면 진작에 후딱 다 바꿨다"며 "내부에서 논의가 많았고 정리해야 한다, (인사에) 너무 남자가 헤비(과도)하다고 여러 번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야당에서 젠더 이슈를 얘기하니 비공개였지만 이 얘기는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의) 생각의 흐름이 중요하니까"라며 "괜찮을까 했는데 나중에 행동으로 뒷받침이 되니 괜찮은 것 같다. 저도 오늘 아침에 (특허청장) 인선 발표가 난단 얘길 듣고 기류가 바뀌었구나 싶었다"고 했다.

지난 24일 국회의장단과의 비공개 만찬에서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이 '젠더갈등' 우려를 말하자 윤 대통령이 최근의 심경 변화를 밝힌 일을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 참모로부터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평가가 낮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사의) 진행 과정을 보니 그동안의 부족했던 부분을 이렇게 채우려고 하시는구나 생각이 든다"며 "여러분들이 쓴 것(기사), 우리들(참모)의 의견 다 듣고 부글부글 끓다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며칠 만에 누가 지적한다고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 기자가 질문했다고 달라지지 않고 차곡차곡 지적인 비판이 쌓여서 세상이 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실제 자신의 연이은 여성 인재 발탁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고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여성 인재를) 더 열심히 의지를 갖고 찾으면 더 많이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외부의 압력이 심해졌고 그걸 받아들여 긍정 소화해서 변화가 일어나니까, 계속 칭찬해주니 점점 신이 나서"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반응이 좋으니 (윤 대통령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기뻐하시는 게 느껴진다"며 "(기사를) 긍정적으로 써주셨잖나. 지적했을 때 천천히 변화했듯이 잘한다고 하면 그쪽으로 가고 반응을 잘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특허청장 인선도 윤 대통령이 애초에 여성을 염두에 둔 것이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러신 것 같다. 방향을 그렇게 잡으신 것 같다"며 "워낙 한쪽으로 쏠려 있었으니 균형을 좀 잡아야겠다 생각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특허청장 내정자가 부산대 출신이란 점에서 서울대 출신 쏠림 현상에서도 탈피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엔 "모든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하지 않았나. 지적을 많이 받으니 조정해서 이게 문제다 하면 깎아내고 그런 과정에서 소통 원칙을 통해 기쁘게 받아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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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