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필리버스터까지 준비했던 국민의힘, 중재안 수용 이유는

정부조직법·인사청문회 등 민주 협조 절실..강행처리 못막는 한계도
중재안 심사·한덕수 인사청문회 일정 겹쳐..본회의 동시 처리 가능성도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극단적 여소야대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의 강행처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윤석열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딜'이 이면에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11시30분쯤 의원총회를 마친 후 "중재안에 대해서 치열한 논의를 한 결과 우리 당(국민의힘)은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중재안에 대해 우려하는 의사 표시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저의 설명을 듣고 대체적으로 동의했다"고 의원총회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힘의 이같은 중재안 수용 발표는 이날 오전 9시45분 박 의장이 여야 양측에 중재안을 전달했다고 밝힌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자, 민주당보다도 1시간가량 빠르게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낮 12시35분쯤 의원총회를 마친 후 중재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병석 의장, 박홍근 민주당,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회동하고 25일 법사위에서 합의안을 만든 뒤 28일 또는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검수완박 정국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은 Δ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Δ직접 수사권의 한시적 유지 Δ특수부 6개에서 3개로 축소 Δ중대범죄수사청 등 사법 체계 논의 위한 사법개혁특위 구성 Δ특위 구성 6개월 내 입법조치 완성 및 입법조치 1년 이내 발족 등으로 이루어졌다.

권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중재안은) 보완 수사권, 즉 2차 수사권은 그대로 유지하고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6개 법 중 부정부패와 대형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보유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부정부패와 대형범죄에 대한 수사권, 그리고 보완수사권을 확보해 나름 성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권 원내대표의 이같은 설명에도 당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동안 반대해 온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직접 수사권 폐지 등의 내용이 중재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특수부가 줄면서 수사의 손발이 다 잘렸다. 형사사법시스템 자체를 난도질한 것"이라며 "강한 반대 여론에 직면한 민주당에 출구를 제공한 것"이라고 중재안 수용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전격적으로 중재안을 수용한 이유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인사청문회 등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오는 25~26일로 예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구체적 합의 대상으로 꼽힌다. 중재안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만드는 25일은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첫날이다. 만약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무난하게 진행된다면 검수완박 중재안을 담은 법안과 함께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국회 동의가 없으면 임명이 불가능하다. 국무총리는 내각을 총괄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어 172석의 민주당 반대로 임명되지 못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초반부터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강행처리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 조건도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수용한 배경으로 꼽힌다.

박 의장은 중재안을 제시하며 "국익과 국민의 관점에서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의 입장을 반영해 국회 운영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것도 양당 원내지도부에 통보했다"고 중재안 수용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물론 차기정부가 크게 곤란해질 수 있다"며 "검수완박법만 놓고 보면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게 이해되지 않지만, 이면에서 양측의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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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