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당이길 포기하나".. 민주당서도 '위장 탈당' 후폭풍

박용진 "반복되는 비상식 통하지 않아"
시대전환 조정훈 "586, 괴물 돼가는 듯"
당 안팎 비판에도 박홍근 강행 의지 천명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을 위해 '위장 탈당'이라는 무리수까지 동원하자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전날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포함해 소속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검수완박 법안들을 발의했을 만큼 강행 처리를 위해 '이탈 표' 방지에 신경써온 민주당 지도부는 당혹한 표정이다.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에 들어가며 '검수완박'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손을 내젓고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소영 의원은 21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에서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법안의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편법을 동원하고 국회법의 취지를 훼손하면서까지 강행하는 지금 상황은 2년 전 위성정당 창당 때와 다르지 않다"며 "우리 스스로 민주정당이길 포기하는 것일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조국 사태'를 사과하며 강경 지지층으로부터 '초선 5적'이란 비판을 받기도 한 그는 민주당 내 대표적인 소신파 의원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당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출신 의원들도 가세했다.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한 조응천 의원은 민형배 의원의 탈당에 대해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두렵다"며 "검수완박 법안이 만사를 제쳐두고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해야 할 만큼 절박한 일인가"라고 우려했다.

박용진 의원도 "국민들은 민주당이 지금 선을 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상식이 한 번이면 묘수지만, 반복되는 비상식은 통하지 않는다"며 "원내지도부는 민주당을 진퇴양난의 좁은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라는 넓은 길로 돌아가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계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성남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김병욱 의원은 "민생을 위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할 시기인데도 온통 검찰 이슈만 보인다"며 "이런 식으로는 결코 검찰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우리 당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숭고한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속도뿐 아니라 법안 내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지난 12일 당론으로 채택했던 검수완박 방향과 실제 제출된 법안의 내용이 크게 달라서 놀랐다"며 "법안이 허술하니 참여연대까지 반대해 우군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온갖 꼼수를 동원한 폭주가 6·1 지방선거에서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강제 종료를 위해 우군으로 염두에 뒀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민주당 비판에 가세했다. 조 의원은 이날 YTN에 출연해 "저는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이후 세대로서 민주화를 이룬 선배들을 우상처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우상들이 괴물이 돼가는 게 아닌지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주류인 86세대를 비판하면서 검수완박 입법 강행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있는 이들의 행태를 직격한 것이다.


당내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지도부는 일단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위장 탈당'에 대한 비판에 "아프고 국민들에게 면구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4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미진한 권력기관 개편 문제는 당분간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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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