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마저 '반대' 밝혔다..전국 검찰 '검수완박' 집단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에 착수하자 대검찰청과 대구·수원·인천지검 등 전국 검찰청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반대 입장문을 내며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오수 검찰총장도 “검찰 구성원들의 문제 인식을 깊이 공감하고, 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선 검사들이 ‘총장은 뭘 하고 있느냐.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자, 김 총장도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공개한 것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

대검찰청은 8일 오후 3시 입장문에서 “정치권의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며 “70여년간 시행되던 형사사법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으로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의 중대범죄 대응역량 약화를 초래하는 등 선진 법제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총장은 검찰 구성원들의 문제 인식과 간절한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있고, 현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김오수 총장의 입장도 전했다. 대검은 이어 “국민들을 위해 한번 더 심사숙고하고 올바른 결정을 해주시길 정치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민주당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김오수 총장이 대검 입장문 안에 직접 입장을 담자, 재경 지검의 한 간부는 “거의 모든 검사들이 조직논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검수완박’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김 총장도 이를 외면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검찰 내부망인 e프로스에는 지휘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내부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제2부장은 이날 오전 “검찰개혁에 관한 총장님 입장이 궁금하다”며 “소극적인 의사 표현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김 총장을 향해 일갈했다.


전국 각지 검찰청도 연쇄 긴급회의를 열며 집단 반발했다. 대구지검과 대전지검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청취했고, 인천지검, 수원지검도 오후부터 회의를 가졌다. 또 울산지검, 제주지검은 오는 11일 회의가 예정됐다.


한 회의 참석자는 “대형 부패범죄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검사가 기소만 한다면 제대로 된 공소유지가 가능하겠냐"며 "힘 있는 사람들이 처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부패가 판을 치는 ‘부패완판’이 될 거라는 의견에 다들 동의했다”고 말했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인권보호부장은 e프로스에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란 제목으로 "새 정부 출범을 1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 코로나19와 물가 폭등, 국제 유가·물류 대란 등 국민들의 시름이 깊은 데 범죄자가 활보할 수 있게 하는 법안 제정이 그리 시급한 일이냐”라며 "K-사법제도는 여러 나라가 부러워하는 장점이 많고 K-팝과 드라마, K-뷰티에 이어 세계에 홍보하고 전파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6일 무혐의 처분한지 하루 뒤 민주당이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에 보임하는 방식으로 강행처리 절차에 착수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 조직으로선 절체절명의 시점”이라며 “민주당 법안에는 검찰청 폐지 법률안도 있는데, 한동훈 검사장 한 사람이 무서워 70년 검찰 조직을 하루아침에 없애겠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대구지검은 회의 종료 후 “이미 검사 수사권 제한으로 처벌 못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수사와 기소는 하나의 일체로 분리가 불가능하다”며 “형사사법제도 개편은 국민 피해로 귀결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수원지검도 “단순히 국가 기관의 기능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피해를 당한 국민들이 검찰에 피해 구제를 요구할 권리를 박탈 당하는 것”이라며 “기소와 수사에 있어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서두르는 데는 향후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질 수사에 대한 긴장감이 깔렸단 분석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압수수색, 경찰의 (김혜경씨 법인카드 의혹) 경기도 압수수색” 등을 언급하며 “대선이 끝나고 30일 동안 죽은 권력을 향해 벌어진 일이다. 정치탄압과 보복수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속내를 의심하는 의견도 많다. 172석의 의회권력을 앞세워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입법을 추진해 향후 수사 방향에 영향력을 끼치려 한다는 것이다. 지방검찰청 차장급 검사는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 여권의 적폐 수사는 노골적으로 막겠다는 전형적인 방탄용 입법 아닌가.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총장까지 반기를 든 상황에서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강행하면 검찰과 벼랑 끝 대치가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오수 총장은 오후 5시부터 전국 고검장 회의를 주재하고, 민주당의 강행 움직임에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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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