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청와대의 사과 요구 거부···신구 권력 갈등 ‘2라운드’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인선을 둘러싼 신·구 권력 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청와대는 1일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수위는 “청와대가 감정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지난 28일 회동으로 형성된 협력 분위기가 대우조선해양 대표 인선 문제로 갈등 국면으로 바뀌면서 신·구 권력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TBS라디오에서 “아주 좋은 업무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인데 이렇게 찬물을 끼얹는 브리핑을 하셨으면, 그리고 청와대가 (알박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면 (인수위가)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인수위는 마치 (청와대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을 하고 ‘몰염치’라는 극단적 언어를 써서 브리핑을 했다”면서 “‘알박기’, ‘비상식’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의심만으로 이렇게 규정할 수 있나”라고 했다. 박 수석은 “모욕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이 1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수위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뿐인데 청와대에서 감정적으로 해석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원 부대변인은 임기말 알박기 인사가 “수십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리스트가 있다. 그것(대우조선해양 대표)도 알박기 인사 중 하나고, 위쪽으로는 강원랜드, 아래쪽으로는 HMM까지 다 망라돼 있다”며 “지금 우리가 파악한 것만으로도 수십 명”이라고 말했다. 원 부대변인은 “임기말 알박기 보은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면 거기서 벌어지는 기가 막힌 부정부패의 고리를 이렇게 해놔야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것 아닌가하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박 대표를 선임했다. 원 부대변인은 지난 31일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한 임기말 알박기 인사”라고 밝혔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같은날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반박하면서 신·구 권력 갈등이 재점화됐다.

인수위의 강경한 태도는 차기 권력인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바탕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정권이양기 현 정부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다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지출 승인 등 정권 이양 작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 간의 소통과 협의 창구는 이번주 내에도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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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