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은 경기, 송영길은 서울로 가닥…친명vs반명 불화 조짐

6·1 지방선거 서울시장·경기지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주소지 이전 마감일(4월 1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의 6·1 지방선거 출마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두 사람이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김 대표는 30일 낮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갖고 ▶정치개혁 공동추진 기구 설치 추진기구 위원장으로 김동연·윤호중 공동 선임 ▶양당 합당 실무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이날 오찬에선 김 대표의 출마 지역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으나, 양측 모두 구체적인 내용을 함구했다. 고용진 민주당 비대위 수석대변인은 회동 직후 “그것에 관해 얘기할 만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고, 고은영 새로운물결 대변인은 “이른 시일 내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당 안팎에선 이날 회동으로 김 대표가 경기지사 경선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김 대표와 통화했다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별 얘기 없었다는 건 결국 기존 흐름대로 간다는 것 아니겠냐”며 “김동연 대표가 곧 경기도로 주소를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물결 실무자들 역시 경기지사 출마를 전제로 한 출마 선언문 작성에 돌입했다. 김 대표 역시 이날 YTN 생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내일 출마 회견을 한다. 지방선거 출마 예정이고, (지역을 포함한) 자세한 내용은 그때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경기지사 도전으로 기울면서 민주당에선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도 커졌다.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사람은 열린민주당 출신 김진애 전 의원 한 명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동연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군에서 빠져줘야 비로소 송 전 대표가 나설 명분이 생긴다”며 “그 점에선 둘의 움직임이 맞물린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송 전 대표에게도)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이후 영·호남 사찰에 머물렀던 송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 참석하면서, 대선 패배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송 전 대표는 행사 직후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물음에 “(지방선거 출마는)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TV도 보지 않고 마음 아파하시는 많은 국민·당원·지지자에 대해 저 개인이 아니라 당이 성실하게 응답해야 한다”며 “그런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다양한 당내 인사들과 만나 자신의 출마를 둘러싼 의견을 청취했다. 윤 비대위원장도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특별한 만류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송 전 대표가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민주당 내 적지 않은 의원들이 송 전 대표 출마를 반대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 직후 송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말을 바꾼 게 됐다”며 “이미 의원들 텔레그램 방에 다양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공개적인 반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송 전 대표의 출마를 계기로 당내 친(親)이재명 그룹과 반(反)이재명 그룹 사이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성호·김남국 의원이 전날 송 대표가 머무르고 있는 경북 영천의 은해사를 방문한 뒤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게 발화점이 됐다. 친문 성향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상 이재명 고문이 배후에서 지방선거 판을 그리는 것 아니냐”며 “패배한 대선 후보가 권한 없이 경선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결국 내부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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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