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인형 꼭 쥔 채 '덜덜'.. 아이들에게 피란길은 더 가혹했다

러시아 침공 엿새째 우크라이나 국민의 피란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따뜻한 집을 잃고 추위에 떠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1일(현지 시각) 여러 외신은 부모를 따라 피란대열에 오른 어린이들의 표정을 사진으로 보도했다. 그 안에는 매서운 추위를 이기지 못해 온몸을 떨며 콧물을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부모는 자녀에게 두꺼운 점퍼, 모자, 장갑 등을 꼼꼼히 챙겨 입혔다.


▲1일(현지시간)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 앞 피란민 임시 수용시설 앞에서 담요로 온몸을 둘러싼 채 추위에 떨며 과자를 먹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폴란드 국경 피란민 임시수용시설 앞에서 담요를 두른 채 포착된 아이도 있었다. 어두운 얼굴로 몸을 덜덜 떨면서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에는 과자를 꼭 쥐고 있었다. 고단한 여정에 지쳤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는가 하면 엄마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모습도 보였다.

일부는 천진난만한 미소로 전쟁의 아픔을 잊게 했다. 이들은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브이’ ‘하트’를 만들기도 하고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또 평소 아끼던 애착 인형과 장난감을 끌어안은 아이, 비눗방울을 부는 아이, 형제자매와 티격태격 장난을 치는 아이도 카메라에 담겼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침공 이후 다른 나라로 떠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가 66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이다. 이들은 폴란드 입국을 위해 60여시간 대기 중이며, 루마니아 국경 대기 줄은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용 국가에서는 피란민들의 숙식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중 폴란드의 작은 도시 프셰미실은 시내 3~4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고 중앙역사, 대형마트 주차장, 학교 체육관 등에 피란민을 받았다. 식사 등을 제공하기 위해 상주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IFRC)은 이번 사태에 따른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2억5000만 스위스프랑(약 3266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빠르게 악화함에 따라 국제 사회의 연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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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