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중국에 중재 요청"..서방은 러 정·재계 인사들 압박해 '푸틴 회유'

왕이 "외교적 노력"..바이든 "러 유력 인사 재산 범죄 수사"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외교적 협상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러시아를 설득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강력한 동맹이면서도 중립 입장을 보여온 중국에 중재를 공식 요청하는 한편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등 러시아의 유력 인사들을 압박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회유에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폴란드 국경을 넘은 피란민들의 모습.

중국 외교부는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날 통화에서 쿨레바 장관은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개방적 태도를 갖고 있다”며 “정전 실현을 위한 중국의 중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의 첫 번째 회담이 구체적 성과 없이 끝난 이후 중국 측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활용해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왕 부장은 “현 상황을 최대한 완화해 통제 불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중국은 정치적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모든 건설적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중국은 시종일관 각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고, 지역의 안보가 군사집단을 확장하는 것으로 실현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도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존중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진에 따른 러시아의 안보 우려도 이해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다만 로이터통신 등은 왕 부장이 이날 통화에서 “중국은 외교를 통해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는 해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를 극도로 우려한다는 왕 부장의 발언을 전하며 “중국이 이번 물리적 충돌이 러시아가 묘사하는 ‘특별 군사작전’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전쟁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욕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서방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러시아 정·재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정·재계 인사들의 재산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소유한 재산들을 압류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유럽연합(EU)도 지난달 28일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와 고위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번 제재에 러시아 엘리트들로 하여금 푸틴 대통령의 노선 변경을 요구하게 하려는 취지가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최대 사모은행 ‘알파뱅크’ 설립자인 미하일 프리드먼이나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 ‘루살’의 총수인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최근 공개적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 공산당의 일부 의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다만 이들은 푸틴 대통령을 설득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 비관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은 기업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된 기업들과 거래를 피하는 이들은 누구든지 법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고 FT는 전했다. 당시 참석자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거의 절대적인 경지에 이르게 되면서 어떤 형태의 반대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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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