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이준석'까지.."리스크만 잘 관리하면 승리" [국힘 필승 전략]

대통령선거가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의 초박빙 양상이 지속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여전히 정권교체 여론이 반수를 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 덫에 걸려든 모양새다. 윤 후보와 함께 범야권 후보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2월24일 내분이 표출됐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안 후보 측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준석 당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했고, 이에 이 대표가 반발하면서 이날 오후 예정된 윤 후보 유세 참석을 돌연 취소한 것이다.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 결렬 선언에도 윤 후보 측은 일단 협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연일 이어지는 안 후보의 날 선 공격에 국민의힘은 정면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의 이 같은 대응이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대선 승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진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윤 후보 캠프 내부에선 4자 구도에서도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4자 구도에서도 윤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대전제 아래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자강론'과 그럼에도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협상론'으로 나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강파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5~10% 지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안 후보의 표심 중 60%는 오히려 민주당 쪽에 가까운 지지층이기 때문에 윤 후보와의 단일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단일화 협상이 실패했을 경우엔 오히려 독자 노선을 고수했을 때보다 지지율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다. 윤 후보 선대본부 관계자 A씨는 "캠프 내부에선 안 후보와의 단일화 없이 4자 구도로 치렀을 때 오히려 윤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다는 자체 분석도 나온다"며 "안 후보와 결합했을 때 어찌 됐든 일정 부분 자리를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4자 구도에서 승리가 가능함에도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협상파들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에 기대고 있다. 국민의힘 재선 B의원은 "솔직히 중도층 중에는 윤 후보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재명 후보가 더 싫기 때문에 찍겠다는 비율이 높다"며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거대 야당을 상대하며 국정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범야권의 모든 세력을 끌어모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본부 관계자 C씨는 "단일화를 하게 되면 어쨌든 민주당의 공격을 안 후보가 같이 맞아주면서 공격 분산 효과도 있어 선거운동이 더 수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 캠프 내부에서 소수에 불과하지만 4자 구도 필패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윤 후보가 선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이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4자 구도에선 자칫 패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후보 직속 조직인 정권교체동행위원회 관계자 D씨는 "선거가 중반을 지나서 후반으로 갈수록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며 "확연히 격차가 나면 포기할지 몰라도 아슬아슬하면 끝까지 사력을 다하는 게 사람 심리다. 지금 민주당 쪽에서 이런 심리가 작동하고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선대본부 관계자 E씨도 "안 후보가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그냥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며 "야권을 지지하는 표심이 분산되지 않고 최대한 많이 투표장에 나올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 단일화"라고 말했다.

권영세 경고에 이준석 돌연 지원유세 중단

이준석 대표는 2월23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협상 결렬 선언 배경과 관련해 직접 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하면서 안 후보 측을 매우 격앙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관계자 F씨는 "정치권 내부에서 사실이더라도 밖으로 꺼내면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가족에 대한 공격"이라며 "실제로 김 교수가 의사결정의 실세라고 한다면, 김 교수가 이 대표의 저런 발언을 들으면 '단일화 협상을 깨자'는 의미로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결국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이 대표 거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구조에선 안 후보가 어떤 약속을 받더라도 사실상 대선 직후 약속이 이행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 G씨는 "안 후보가 융통성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이라 어떤 자리를 요구하다가 협상을 결렬시킬 사람은 아니다"며 "윤 후보가 결국 안 후보에게 신뢰와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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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