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단일화땐, 李 36.8 尹 40.7…安 단일화땐, 李 35.7 安 29.7

“이대로 가면 서울은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빨간색.”

최근 발간된 더불어민주당 내부 보고서에서 진단한 서울의 대선 판세다. 민주당이 참패했던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특히 보고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이룰 경우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필패(必敗) 구도라며 서울에서 구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최근 이 후보와 민주당이 한껏 몸을 낮추고 있는 것도 이런 자체 분석 결과 등이 영향을 미쳤다. 24일 이 후보는 “민주당이 많이 부족했다”며 큰절을 올렸고, 이 후보의 핵심 의원 그룹인 ‘7인회’는 “이재명 정부에서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서울시당의 의뢰로 서울 남녀 유권자 2500명 여론조사(정량조사)와 4050세대 남성과 여성, 2030세대 남성과 여성 등 4그룹의 포커스그룹인터뷰(FGI·집단심층면접조사·정성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21일 서울 지역위원장을 대상으로 보고서 결과 보고회를 가졌고, 서울지역 의원들에게 친전(親展) 형태로 전달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4월 서울시장 선거 참패 이후 비슷한 방식의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후보 지지율이 40%를 돌파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2030세대, 그중에서도 2030 남성 지지율의 하락을 꼽았다. 보고서는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과 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20대 남성이 주도했다”며 “‘이대남(20대 남성)’ 드라이브는 있지만 ‘이대녀(20대 여성)’ 역풍은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3월 9일 2030 남성의 투표율이 2030 여성의 투표율을 넘어설 수 있다며 “이 후보에게 불리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대선의 쟁점 중 하나인 페미니즘과 관련해 보고서에서는 “20대 여성들 사이에선 페미니즘이 강화되고 있지만 30대 여성에선 답보 상태, 4050 남성 사이에서 안티(反)페미니즘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담겼다.

또 서울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의 우선순위로 꼽은 ‘톱3’ 의제가 모두 정권심판론과 연계돼 보수 정당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서울 유권자들은 부동산과 주거 안정(31%), 경제 성장(19%), 일자리 창출 및 고용(10%)을 주요 의제로 꼽았다.

향후 선거 레이스에서 이 후보의 유리한 점이 될 수 있는 ‘기회요인’과, 불리한 점이 될 수 있는 ‘도전요인’도 각각 분석했다. 기회요인으로는 지난해 11월 민주당 개편 이후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 후보의 노선 전환과 윤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리스크 등이 꼽혔다. 특히 당선 가능성과 관련해 “보수층의 46%, 윤 후보 지지자의 19%가 윤 후보의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 판세는 이 후보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2017년 탄핵 정국 이후 형성된 ‘중도와 진보 유권자 연합’이 해체됐고 형수 욕설 및 대장동 의혹 등으로 인한 이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는 도전요인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노선 전환 이후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후보 개인에 대한 비토(반대) 여론도 강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보고서는 “윤 후보로 단일화되면 일부 집단에서는 경합, 안 후보로 단일화되면 (이 후보가) 서울에서 이길 곳이 없다”며 “단일화 시 필패 구도”라고 진단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지율 반등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정치적 고향인 경기 성남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 연설에서 욕설 논란과 관련해 “제가 잘못했다. 이제 이런 문제로 우리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그만 헤집어 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 많은 사람들을 위해 지금보다 몇 배, 수십 배 더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성남 방문에 앞서 이 후보는 “개혁 진보세력의 핵심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공정의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고 인재 채용에 있어서도 폭이 넓지 못했다”며 큰절을 하기도 했다.

‘이재명계’ 핵심 의원들도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인적 쇄신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 이른바 ‘7인회’로 불리는 정성호 김영진 김병욱 임종성 문진석 김남국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선택해주실 이재명 정부에서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을 것임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의원직을 상실한 이규민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2017년 대선 때부터 이 후보를 도왔던 최측근 의원들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당 일각에서 제기된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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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