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피격 공무원 유족, 대통령 위로 편지 반납 "면피용 거짓말뿐"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아들이 "더 이상 기대하는 것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이모씨의 유족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은 뜻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씨의 전 부인은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독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의 아들 이모 군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왼쪽)와 이 군의 자필 입장문.

이씨의 아들은 편지를 통해 "아버지를 월북자로 만드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대통령님의 '직접 챙기겠다, 항상 함께하겠다'는 약속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대통령의 편지는 당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했다"며 "힘없고 억울함을 외치는 국민을 상대로 항소하는 행동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유족 측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상대로 청구한 정보공개청구소송 1심에서 개인정보를 제외한 부분을 열람 방법에 의해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이후 청와대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씨의 아들은 "무엇이 두려워 법 위에 군림하려는 것이냐"며 "아버지 죽음에 대한 것들이 왜 국가기밀이며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야 하는지, 감추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대통령께 기대하는 것이 없다. 무책임하고 비겁했던 그 약속의 편지도 더는 제게 필요가 없으니 돌려드리겠다"며 "저는 지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리고 싸움의 상대가 설령 대통령님일지라도 진실은 밝혀지고 정의는 살아있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독 이후엔 이씨의 형 이래진씨가 발언을 이어갔다.


▲서해 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

이씨는 "정부가 패소해도 항소를 자제하라고 했던 대통령의 취임 이후 말씀은 무엇이었냐"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자신의 말씀처럼 행동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에 직접 찾아가 편지를 반납하고 승소 판결에 따른 정보를 보겠다고 했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었던 이씨는 지난 2020년 9월21일 연평도 해상 인근에서 실종됐고, 다음 날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시신이 불태워졌다.

국방부는 같은달 24일 이씨가 피격된 후 시신이 소훼됐다고 공표했다. 해경은 언론을 통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이씨 아들에게 편지를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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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