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7시간 녹취' 파장...대선 정국 영향은?

국민의힘이 '김건희 7시간 녹취록' 방송을 앞두고 또 한번 긴장에 휩싸였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학력 허위기재 논란 이후 다시 한번 '김건희 리스크'에 직면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방송을 앞두고 '공익을 가장한 인격 살인'이라며 맹비난하며 강력한 법정 대응을 예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방송을 계기로 배우자 자질 논란이 커지면 야권에서 후보 단일화 논의가 무성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김건희 흠집내기' 수준의 실속 없는 방송일 경우에는 동정 여론만 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녹취록 역풍'이 일면서 윤 후보가 힘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견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과 비교해 윤 후보측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됐다는 인식을 갖는 유권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한 가운데, 개혁과전환 촛불행동연대 회원들의 반대 시위에 막혀 있다.
 

16일 법조계와 방송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지난 14일 김씨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건희 7시간 녹취록 보도 목적에 공익성이 있다고 큰 틀에서 인정했다.다만 Δ김씨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수사 중인 사건 발언 Δ언론사 등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소 강한 어조 발언 Δ정치적 견해 등과 관련 없는 대화 등은 방송을 하지 말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저녁 8시20분쯤 김씨와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이모기자간 대화 녹취록 방송을 시작한다. 지난해 12월 경력 허위 기재 논란으로 김씨가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습니다"라며 사과를 하는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또 다시 김씨가 선거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김씨는 이 기자와 6개월간 53차례에 걸쳐 7시간45분 동안 나눈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비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수사, 정대택씨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등 정치적 논란이 일만한 사안들과 함께 본인 사생활 관련 이야기를 털어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기자가 김씨에게 '악의적 의혹 제기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고 접근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적 통화의 영역이며, 이를 입수 보도하는 과정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MBC가 지난해 12월에 이미 녹음파일을 입수했는데도 즉시 방송하지 않고 명절 직전 2주 동안 연속 방송을 편성했다"며 "반론권 보장 없이 시기를 조율해가며 방송하는 것은 선거 개입이고 공정보도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은 '불공정 편파 방송' 우려를 제기하며 14일 오전 MBC를 항의방문했다. 그러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같은날 성명에서 "비록 그 검증 수단이 후보 배우자가 사적으로 통화한 녹취 파일이라 하더라도, 발언 내용 가운데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입수한 언론에게는 보도할 '의무'가 있고 국민에겐 알 '권리'가 있다"며 반발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언론중재법을 반대하고 언론의 자유를 외친 국민의힘이 김건희씨 녹취록 방송 방해를 위해 MBC에 몰려갔다"며 비판했다.


이번 방송을 계기로 윤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 논의에 떠밀리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사생활 영역은 법원에서도 보도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니 (방송 내용은) 검증의 영역이고, 결국 국민들 판단의 몫"이라며 "(윤 후보가) 지난주에 간신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하고 봉합하고 지지율이 반등하는 중인데 이것(방송 내용)이 타격을 미친다면 반등폭이 줄어들고 중도층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가 더 고착화되면서 3강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로서는 원튼, 원치 않든 단일화라고 하는 태풍 속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건희 녹취록 관련 법원의 결정에 대해 "정치와 관련된 사안만 (방송을) 하라 그랬는데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은 사실 개인적인 문제니 그 기준대로 한다면 방송에서 틀면 안 된다"며 "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 연속 (김건희 녹취록만) 방송을 하면 사람들이 '이게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번 방송이 윤 후보 지지율에 미칠 영향에 대해 "조금 회의적"이라며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이 아니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형수 욕설 문제'가 다시 (세간의 논란거리로) 불거질 가능성이 많다"고 봤다. 이어 "김씨나 윤 후보에 대해 '불쌍하다'는 동정론이 일면 역풍이 일면서 이 후보가 하락하고 윤석열이 오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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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