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니 아프간 대통령, 국민 버리고 도주..탈레반, 곧 정권 접수

현지 매체 "가니 대통령, 타지키스탄으로 떠나"
아프간, 탈레반과 정권이양 협상..미국도 개입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이 마지막 남은 정부군의 거점인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났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후 수도 카불을 포위하고 진입을 앞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아프간 내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 가니 대통령이 이미 카불을 벗어나 타지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한 직후 탈레반의 카불 진입도 시작됐다.

가니 대통령은 보안군이 카불을 지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국민을 버리고 도주했다.

◇ 탈레반, 카불 진입 명령: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포위하고 대기 중이던 전투원들에게 진입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카불 시내 현지 경찰들이 도시를 떠났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약탈을 막을 목적으로 진입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이 성명은 아프가니스탄 평화 특사가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카불을 떠났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아프간은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 수순을 밟고 있다. 압둘 사타르 미작왈 아프간 내무장관은 TV 연설에서 과도 정부에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 또한 며칠 내로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바란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아프간 정부 대표단은 이날 카타르에 가 탈레반 대표단을 만난다. 이들은 정권 이양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 관리 또한 개입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탈레반, 아프간 사실상 완전 장악 달성: 이미 탈레반은 아프간 내 행정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공항과 병원을 계속 운영하며, 긴급 물품의 공급 또한 중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은 카불 내 외국인은 원하면 떠나고, 떠나지 않는다면 새 탈레반 정부에 등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프간 정부군을 향해서는 귀향을 허용한다며 사실상 군대 해산을 지시했다.

로이터는 3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 한때 아프간 내무장관을 지냈던 알리 아흐마드 잘랄리가 과두정부의 수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잘랄리는 미국에 거주했던 학자이며, 정권 이양을 감독하기 위해 가장 절충적인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탈레반측이 잘랄리의 임명에 동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카불까지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서자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현지 인력 철수에 착수한 상황이다.

◇ 미국 등 주요국 대사관 카불 철수: 탈레반의 카불 점령이 임박해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대사관들도 본격적으로 철수에 나섰다.오는 31일 완전 철군을 앞둔 미국은 이날부터 카불 주재 대사관에서 인력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병력 5000명의 카불 추가 파견을 승인해 인력의 무사 철수를 돕도록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아프간에 잔류하는 것은 미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사실 우리는 (아프간 정부군이) 자국을 지킬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일은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의 현 상황이 1975년 베트남 전쟁 말기 사이공 함락 때와는 명백히 다르다면서 "미국은 아프간에서 미국에 대한 공격을 막는 임무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독일은 카불 주재 자국 대사관을 폐쇄했으며, 캐나다 또한 카불 내 외교 사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 수순을 밟음에 따라 현지 대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여전히 카불에 외교적으로 주둔해 있으면서 공항 운영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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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