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中 예측 불능"..시진핑 리스크 터졌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중국에 대한 투자 중단을 전격 선언해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2019년 SK그룹과 도쿄대 공동 주최로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마윈 전 알리바바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악수하는 모습. <로이터>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중국 투자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중국 정부가 잇달아 기업 규제를 쏟아내며 시장 예측이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손 회장은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국 당국 규제가 예측할 수 없고 광범위해졌다”며 “규제 리스크가 명확해질 때까지 중국에 대한 투자를 보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의 규제가 어떤 종류인지, 얼마나 확대될지, 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파악하고자 좀 더 기다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중국 당국의 규제 조치로 비전펀드가 투자한 중국 기업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규 영업 중단 조치 등 직격탄을 맞은 디디추싱과 만방그룹 주가는 지난 6월 뉴욕 증시 상장 이후 35%가량 떨어졌다. 소프트뱅크 자산 중 비중이 큰 알리바바 주가도 지난 2월 이후 30%가량 하락했다.

비전펀드 내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23%로 미국(34%)에 이어 단일 국가로는 두 번째다. 특히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 지분은 전체 소프트뱅크 자산 가치의 39%에 달해 타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연초 손 회장과 미팅을 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손 회장은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 자본주의와 민주화가 진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런 손 회장도 당분간 중국 투자 중단을 선언할 만큼 현재 중국 공산당의 규제 리스크가 ‘시계 제로’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는 최근 미국계 자금이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는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돈나무 선생님’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중국 당국이 교육 업계부터 기술 기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규제를 내놓자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기술주를 대량 매도한 바 있다. 8월 9일 기준 230억달러에 달하는 아크이노베이션 펀드 규모 중 중국 기업 비중은 0.2%가 채 안 된다.

캐시 우드는 지난 8월 10일 자사 웨비나를 통해 “중국 주식이 현재 투자 불가능한 상황인지 물어본다면 나는 이들 회사의 여러 구조적 측면, 밸류에이션 측면 등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부진한 상황이어서 빨리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중국 기업을 담은 국내 투자자들도 점차 발을 빼는 모습이다. 지난 7월 국내 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이던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상장지수펀드(ETF)와 13위 종목인 텐센트 순위도 최근 대폭 뒤로 밀려났다.

손 회장의 중국 투자 중단은 향후 글로벌 자본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의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중국 기술 기업 투자를 중단할 경우 중국 내 벤처 투자 생태계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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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