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논란’ 속 이례적 풍경…주민 90% 태극기 건 칠곡 아파트

경북 칠곡군의 한 아파트의 전체 가구 중 90% 이상이 광복절에 태극기를 내걸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6일 칠곡군은 광복절인 전날(15일) 왜관읍 무성아파트의 192세대 중 176세대가 베란다에 태극기를 게양했다고 밝혔다. 오는 17일이 토요일이라 그 사이 휴가를 가거나 빈집인 가구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가구가 광복절 태극기 걸기에 동참한 셈이다. 요즘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가구가 드문데다 태극기 걸대조차 없는 집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풍경이다.


▲ 경북 칠곡군 왜관읍 무성아파트는 광복절인 15일 192세대 가운데 176세대가 태극기를 내걸고 광복의 의미와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겼다.

무성아파트의 주변에는 역사적 장소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옆에는 애국선열과 순국지사 등의 추모비가 모여 있는 '애국동산'이 있다. 도보로 5분 거리에는 6·25전쟁 중 북한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폭파했던 '호국의 다리(왜관철교)'가 일부 남아있다.


이번 태극기 단체 게양을 주도한 사람은 무성아파트 주민 김금숙(60) 이장으로 알려졌다. 칠곡군에 따르면, 김 이장은 "처음에는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를 달자는 제안에 주민들의 반응이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모든 세대가 웃음으로 화답하며 동참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자유총연맹 칠곡군지회가 태극기를 무료 배부해 힘을 보탰다고 한다. 칠곡군은 공공장소와 주요 교차로에 태극기를 걸어 태극기 달기 운동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간 일부 지역에서 독립기념일의 취지에 반하는 행보가 나타난 것과 대비돼 더욱 눈길이 간다. 지난 6월 현충일에는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 주민이 대형 욱일기를 내걸어 전국적으로 질타가 쏟아졌다. 또 작년 3월 삼일절에는 세종시 한솔동의 한 아파트 주민이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걸었다. 이에 부산시의회와 세종시의회가 일제 상징물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를 추진하기도 했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거는 것은 현행법에 적시된 법적 행위다. 대한민국국기법 8조는 애국 정신을 높이기 위해 국경일인 △3·1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과 기념일인 △현충일(6월 6일) △국군의 날(10월 1일)에 국기를 게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처벌 조항이 없어 태극기를 달지 않아도 제재할 근거는 없다. 정부는 광복 80주년인 2025년부터 달력에 '태극기 다는 날'을 표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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