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각자 살 길 찾는다"...구영배의 큐텐, 사실상 '해체'

구영배 대표가 2010년부터 다져온 큐텐 그룹이 14년 만에 사실상 와해하는 수순으로 가는 모습이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각 계열사가 구 대표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살길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왼쪽)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 각각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커머스는 최근 큐텐 측에서 받지 못한 미수금 등을 돌려받기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에 이처럼 미수금이나 대여금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은 일반적이지 않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과 완전한 결별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이 지난해 3월 지분 교환을 통해 인수한 이커머스 업체다. 인터파크쇼핑과 도서, AK몰 등을 운영 중이다.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과 기술개발 계열사 큐텐테크놀러지, 큐브네트워크 등에 물린 자금은 약 650억원대로 알려졌다. 대부분 판매대금 미수금과 대여금으로,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으로 넘어간 뒤 첫 회계 기간인 지난해 3∼12월 거둔 영업이익(342억원)의 2배에 달한다.

티몬과 위메프도 대형 투자사 등과 개별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기업 큐텐의 지원만 기다리다가는 다 함께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현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가 터지고 상황이 점점 악화하는데도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들 3사가 큐텐 없는 자구책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구 대표와 3사 대표 간 정서·심리적 거리도 멀어질 만큼 멀어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2일 티몬·위메프 대표자 심문을 진행하고 두 회사가 신청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ARS는 회생 절차를 보류하고 회사와 채권자가 변제 방안 등을 협의하는 제도다.

법원은 티몬·위메프와 채권자 간 자율적인 협의를 위해 우선 한 달의 시간을 부여했다. 회생절차 보류 기간은 협의에 따라 최대 3개월까지 연장 가능하다.

ARS 프로그램은 채권자 협의회 구성으로 시작한다. 채권자는 미정산 셀러를 중심으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등이 해당된다. 법원에 따르면 채권자 수는 양 사를 통틀어 약 11만명에 달한다. 티몬·위메프와 협의회가 원만히 합의를 도출하면 자율협약 체결 후 기업 회생 신청이 취하된다.

최대 3개월의 시간을 벌었지만 많은 고비가 남아있다. 미정산 셀러 수가 11만명으로 워낙 많은 데다 채권의 규모가 제각각이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협의회 구성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게다가 결제·고객관리(CS)·제휴 파트너사들이 줄줄이 거래를 중단한 데다 환불·정산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셀러 신뢰도도 추락한 상태다. 대규모 미정산금, 하락한 플랫폼 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투자·매수 희망자가 나타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양 사 미정산금은 최대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 셀러들의 경우 온전한 보상이 불가능해졌다. 티몬·위메프가 독자적인 변제 능력을 사실상 잃은 만큼 합의를 위해 채무 탕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RS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 할 경우 회생 절차가 재개돼 최악의 경우 파산에 이를 수 있다. 피해를 최소화 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티몬·위메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물론 인수·합병(M&A),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수단을 모두 동원할 계획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회생법원 심문에 참석하며 '독자적 생존'을 언급했다. 티몬·위메프 합병,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 등을 해답으로 제시한 구영배 큐텐 대표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김동식 인터파크커머스 대표 또한 매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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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