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홍콩판 국가보안법’ 통과…21년 전 ‘악몽’ 현실로

홍콩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홍콩판 국가보안법인 ‘국가안보수호조례’가 19일 홍콩의 의회격인 홍콩 입법회를 통과했다.


▲ 19일 홍콩 입법회에서 입법의원들이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 입법회 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국가안보수호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 1월30일 조례에 대한 공공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지 50일 만이다.

이날 통과된 국가안보수호조례는 2020년 중국 정부가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을 보완하는 성격의 입법이다.

홍콩 정부는 분리독립·폭동선동·국가전복 행위 등을 처벌하기 위해 홍콩 기본법 23조에 따라 2003년 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대규모 반대 시위가 발생해 물러섰다. 중국 정부는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2020년 직접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동시에 국가보안법에 담기지 않은 반역죄나 국가기밀 절도죄 등을 반영해 홍콩 정부가 별도의 보안법을 입법하라고 압박해왔다.

이날 통과된 국가안보수호조례는 중국 정부의 요구안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특히 기존 홍콩 보안법을 보완해 외부 세력과 결탁한 사람에 대해 무거운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의도로 공항 및 기타 대중교통 수단을 포함한 공공 인프라를 손상하는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하지만, 외부 세력과 공모했다면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선동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되지만, 이런 행위를 위해 외부 세력과 공모하면 형량은 10년으로 늘어난다.

외부 세력에는 외국 정부와 정당, 국제기구, 경영진이 외국 정부 희망에 따라 행동할 의무가 있는 기업 등이 포함된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뒤 50년 동안 일국양제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의식해 홍콩에 대한 눈에 띄는 간섭을 자제해 왔으나, 2019년 홍콩에서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뒤 태도를 완전히 바꿔 ‘일국양제’를 파기하고, 홍콩을 빠르게 ‘중국화’하기 시작했다.

홍콩 시민들은 지난 2003년 같은 법안 도입이 추진될 때 50만명 넘는 이들이 시위에 나서는 등 강력히 저항해 법안 도입을 막아냈으나, 올해 법안 추진 과정에는 아무런 손도 쓰지 못했다. 지난 2020년 5월 중국 당국이 간략한 내용의 ‘홍콩 국가보안법’을 도입해 반정부 활동을 할 수 없도록 이미 틀어 막아놨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7개 조항에 불과하지만, 홍콩의 민주주의 단체와 정치인 등이 자진해서 기구를 해체하고 활동을 중단할 정도로 홍콩 사회 전반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중국 당국은 이후 홍콩 정부에 자체적인 국가보안법을 입법하라고 압박해왔다.

이번 법안 통과로 최근 급격히 ‘중국화’가 진행되는 홍콩 사회에 안보 우선주의가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통치를 받으며 100년 넘는 민주주의 경험을 가진 홍콩 시민들의 활동 반경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아시아 금융허브라는 홍콩의 위상도 더욱 손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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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