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권 쥐자 이낙연 나가버렸다 …기로 선 개혁신당

개혁신당이 합당 초반부터 내홍으로 삐걱대고 있다. 이준석 공동대표측과 이낙연 공동대표측이 총선 주도권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갈등을 수습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에 하나 실패할 경우 갈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개혁신당 이낙연, 이준석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양측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주도의 선거 캠페인 및 정책결정' 위임안 의결을 놓고 격돌했다. 이준석 대표에게 총선 지휘권을 쥐어주는 위임안 의결을 밀어붙이자 고성이 오갔고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낙연 대표측은 "이준석 사당화"라고 작심 비판했고, 이준석 대표는 진화에 나섰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선거 정책 결정권의 신속성을 담보하고자 이준석 대표가 공동정책위의장과 협의해서 시행하고자 하는 안건"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회의장에서 나와 기자들과 만나 "선거운동 전체를 이준석 개인에게 맡기는 것은 민주정당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전두환이 나라 어수선하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 만들어서 다 위임해달라고 국회 해산한 것이랑 뭐가 다른가. 우리가 비민주적, 반민주적 의사결정을 어떻게 같이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공보실은 입장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공식적으로 사당화를 관철했다면 이준석 대표는 공식 절차를 앞세워 사당화를 의결하고 인정하기를 요구했다"며 "지난 9일의 통합 합의를 깨는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제가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해서 이낙연 대표를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할 수 없다"면서도 "표결 자체에 대해 이의가 있을 수 있지만 격한 모습을 보이는 건 통합의 정신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거운동 지휘 권한 위임은 속도감과 의외성을 살리는 취지이자 상호보완적으로 선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사당화' 논란에 대해 "5개 정파 가운데 4개 정파가 동의했다"며 안건 의결에 반대한 것은 사실상 '소수 목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개혁신당의 내홍은 선거 캠페인 지휘권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 문제 등을 놓고 불거졌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가 배 전 부대표에게 과거 발언을 사과하도록 결정할 것과 지도부 전원의 지역구 출마 등을 이낙연 대표에게 요구했고 이낙연 대표 측은 선거 총괄 전권은 이낙연 대표에게 있으며 '배제의 정치'는 안된다고 맞섰다. 이번 안건이 의결되면서 갈등이 표면화 한 것이다.

여권은 개혁신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중앙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개혁신당은 결국 돈 때문에 못 헤어지는 것 아닌가"라며 "생각이 전혀 같지 않은 사람들이 위장결혼하듯 창당한 후 의원 5명을 하루 전에 맞춰 돈을 받아가는 걸 보고 분식회계 보조금 사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지율 정체와 초기 혼란에 빠진 당을 더 강하게 이끌기 위해 제가 더 큰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며 "누구도 뒤에 서 있을 여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거운동 지휘 권한 위임은 속도감과 의외성을 살리는 취지이자 상호보완적으로 선택된 것"이라며 "새로운미래 측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의 뜻은 좀 더 강하고, 더 속도감 있는 리더십을 원한다는 것이다. 표결이 진행됐을 때는 결과에 따라 주는 것이 합리적인 자세"라고 이낙연 공동대표 측을 압박했다. 다만 그는 "이낙연 공동대표 의견을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충돌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합당 초기부터 이준석 공동대표는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에 부정적이었다.

또 이준석 공동대표는 선거와 정책 전반에 대한 지휘권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낙연 공동대표 측은 반대했다. 개혁신당은 지난 16일 예정돼 있던 3차 최고위를 전날 취소한 바 있다.

회의 분위기도 냉랭했다. 이낙연 공동대표와 이준석 공동대표가 차례로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 나란히 앉았지만, 서로 대화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제라도 뭉쳐 내부투쟁 모습을 보이지 말도록 하자"고 양측을 다독였지만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갈등이 외부로 표출됐다.

개혁신당은 기대에 못 미치는 정체된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5~16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개혁신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처음으로 개혁신당이 포함됐으나 합당 선언에 따른 '컨벤션 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개혁신당 지지도는 4%로 나타났다. 직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의 지지율이 각각 3%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당 후 오히려 지지율이 빠진 모습이다(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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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