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 탈당 ‘이낙연 신당’ 함께 만든다···‘원칙과 상식’도 1월 최후 통첩

더불어민주당 고문인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29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다”며 “이낙연과 신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내년 1월 이재명 대표에게 최후 통첩을 하겠다고 이날 경향신문에 밝혔다.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원칙과 상식’ 중 일부 의원은 1월 중 탈당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새해 첫 주에 자신의 거취를 국민께 알리겠다고 예고했다. ‘이낙연 신당’ 출범, 총선 전 민주당 분당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의 사심으로 민주당에 민주와 정의가 실종되고 도덕성과 공정이 사라졌다. 전두환 때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로, 오랜 세월 민주당을 지켜 온 당원으로서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부의장은 기자들에게 “이 대표의 독단과 전횡으로 당이 망가졌다”며 “‘이재명 1인 정당’이 된 것에 개탄하며 당을 떠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전 부의장은 민주당을 타이타닉호에 비유했다. 그는 “배가 대선패배라는 유빙에 부딪혔을 때, 선장도 바꾸고 배도 정비했어야 한다”며 “선장이 파국으로 배를 몰아도 선원들은 배의 크기만 믿고 자기들만의 선상파티를 즐기고 있다. 원칙에 귀닫고 상식을 조리돌림하다가는 결국 난파해 침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칙에 귀닫고 상식을 조리돌림한다’는 표현은 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는 비유로도 읽힌다.

그는 신당을 타이타닉이 난파하면 옮겨탈 수 있는 구명보트에 비유하며 거대 양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이 전 부의장은 “윤석열도 싫고 이재명도 싫은 국민에게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과의 적대적 공생이 아닌 국민과 공생하는 도덕정당의 힘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전 부의장은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에 합류를 공식 선언한 두 번째 인사다. 앞서 최성 전 고양시장이 합류를 선언한 바 있다.

현역 의원 합류도 가시화하고 있다. ‘원칙과 상식’의 이원욱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1월 초에 (이 대표에게) 최후 통첩을 하려고 한다”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다릴테니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한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예정대로 내년 1월에 탈당을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이 대표의 답이 없으면) 그래야 한다”고 답했다. 통합 비대위 전환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원칙과 상식’ 4명의 의원 중 일부가 당을 떠나 이 전 대표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도 신당 창당을 사실상 못박은 상태다. 그는 전날 최 전 시장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에게 “연말까지 민주당에 시간을 드리겠다 약속했고 새해 초에 국민께 말했던 그 약속을 지키겠다”며 “1월 첫째주 안에 저의 거취랄까 하는 것을 국민께 말씀드리는 것이 옳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의 측근인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이 대장동 의혹 제보자라고 스스로를 밝힌 바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전 대표의 뜻이 없었다면 제보자란 걸 스스로 밝히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스스로 강을 건너겠다는 이 전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정세균 두 전직 총리가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를 돌아가며 만나 중재에 나섰지만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 주류가 이 전 대표의 창당 가능성이나 신당의 파괴력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 전 대표가 창당을 예고하고 있지만 실제로 당을 만들어서 효과를 낼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손을 잡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그건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낙연 신당’의 위력이 약하다고 보기 때문에 전향적인 타협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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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