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 위해 못할 것 없다"더니…이재명, 이낙연 '최후통첩'에도 시큰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에 '최후통첩장'을 날렸지만, 이 대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 전 대표는 올 연말까지 이 대표가 '2선 후퇴'와 '통합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나서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 대표는 이를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치부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의 요구를 끝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월 28일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전날 사실상 거부하는 듯한 발언 이후로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한 경로당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정당에서 정당 구성원들이 자기 의견을 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생각은 다양한 것이 정당의 본질이다. 의견이야 얼마든지 말씀하실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단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와 '3총리 연대설'이 제기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최근 만났고, 오는 28일에는 정세균 전 총리와 회동을 앞둔 만큼 당 통합을 위한 의지는 분명하게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최근 김 전 총리와의 회동에서 "당의 단합과 총선을 위해서는 산이든 물이든 건너지 못할 것이 없다"며 "작은 차이를 넘어 큰길로 함께 간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대표와의 회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 측의 설명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이자,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명낙회동' 가능성에 대해 "이 대표 사퇴 후 통합 비대위를 전제로 한 만남은 만남이 아니다"라며 "두 분이 편하게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자리를 갖고 2단계로 그럼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이 (단계를) 높여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명낙 회동' 시기에 대해선 "여러 가지 얘기들도 하고 있고 나도 노력을 하고 있다"며 "(만남 추진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비명계는 물론 친명계조차도 이 대표의 이 전 대표 제안 수용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보고 있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도 있는 상황에서 물러나라는 제안을 받아들이겠느냐. 어려울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이 대표가 그 제안을 받아들일 거였으면 진작 받아들였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에서 "비대위로 갈 일도 없고 민주당 지도부에서 (그 제안을) 받아줄 리도 만무하지 않나. (이 전 대표가) 그냥 알고 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가) 알고서도 왜 그런 말을 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민주당을) 나가기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도 "이 대표만으로 총선에 이길 순 없지만, 이 대표 없이는 더욱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이 전 대표나 '원칙과 상식' 모임에 있는 의원들이 사퇴 후 통합비대위라고 하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통합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할 조짐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18~20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이 대표를 포함해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통합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47%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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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