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 자리 뜬 우크라 의원, 수류탄 들고 돌아와 '펑'...수십 명 다쳤다

우크라이나의 한 지방의회에서 의원이 회의 중 수류탄을 터뜨려 수 십 명이 다쳤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우크라이나 자카르파티아 케레츠키 마을 의회 회의장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케레츠키는 헝가리 국경에서 멀지 않은 마을로, 인구는 4,000명 정도다.


▲ 우크라이나 자카르파티아 케레츠키 마을에서 15일 한 남성이 지방회의 도중 회의실에 수류탄을 떨어뜨리고 있다.

사건 당시 회의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되던 탓에 폭발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기록됐다. 이날 의원들은 의회 회의장에 모여 내년 예산과 올해 결산을 두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회의가 시작되고 약 1시간 30분 만에 한 의원이 예산에 반대하며 큰 소리를 냈다. 그리고 얼마 뒤 검은색 재킷을 입은 남성이 다른 남성을 데리고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몇 분 후 돌아온 검은색 재킷의 남성은 대뜸 문 앞에 섰다. 그러다 별안간 주머니에서 수류탄 두 개를 꺼내곤 “해도(떨어뜨려도) 될까요?”라고 말해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그러더니 이내 수류탄 3개의 안전핀을 뽑아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 영상에는 총 3번의 폭발음이 들렸다. 최소 2명의 의원이 기절하거나 많은 피를 흘리는 모습도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의회 생방송을 시청하던 한 여성이 이러한 사고를 목격하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총 26명이 다쳤는데 이 중 6명은 위독한 상태다. 수류탄을 던진 남성 또한 심각한 상태로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의 구체적인 신상은 공개하진 않았으나,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끌었던 ‘인민의 종’ 정당 소속 세르히 바트린(54) 의원으로 확인됐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프라우다’가 보도했다. 바트린 의원은 집권 세력에 대한 반감을 갖고 지방 당국의 부패를 비판해 온 인사로 전해졌다.

현재 현장에는 경찰, 폭탄 처리 전문가, 과학수사 전문가 등이 출동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테러 용의점과 불법 무기 취급 등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정확한 범행 동기나 우크라이나 전쟁과의 연관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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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