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신당론에 김부겸·정세균 등판론…총선앞 '野 내전' 가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지도권을 둘러싼 수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을 직격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야권 지형 재편의 최대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이러한 당 안팎의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손을 잡고 서로를 격려하고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 핵심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내 또 다른 대권주자급 인사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새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화두는 단연 이 전 총리다.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8일 공개 학술 포럼을 기점으로 이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대표 체제 이후 당이 사당화해 중도 표심을 파고들기가 힘든 데다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이 대표 본인은 사법리스크에 발이 묶여있다는 입장이다. 신당론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으며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을 계기로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비명(비이재명)계 등이 이 전 총리를 구심점 삼아 세력화를 도모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이 신당을 준비 중이고 이 전 대표 최측근인 윤영찬 의원이 당내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에서 주축으로 활동 중이란 점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챙겨야 할 사람들이 있는 사람들 간에 내년 총선 지분 확보를 둔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총선 승리를 발판 삼아 대권 재도전 가도를 달리고자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충분히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의원들은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등판론에도 불을 지피는 분위기다. '원칙과상식' 멤버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에서 두 전직 총리에 대해 "뵌 분들에게 얘기를 들었는데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 생각하는 것과 똑같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민주당의 지금 행보와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게 또 하나의 걱정"이라고 말했다.


'(원칙과상식이) 정 전 총리나 김 전 총리와 향후 공동 행동을 할 수도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같은 생각이라는 게 어떤 일을 같이 도모하자는 얘기까지 같은 것인지 여부는 제가 모르겠다"면서도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이끄는 현재 방식과 '이 길로 가면 안 된다'라고 하는 생각에 대해서는 일치하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이러한 당 안팎의 움직임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김영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의 탈당과 창당 가능성에 "이 전 총리는 민주당과 함께 정치 인생의 모든 과정을 다 해왔기 때문에 (신당 창당은) 검토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그 분(이 전 총리)의 살아온 역정을 봤을 때 신당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면서 "당의 최고 어른이고 가장 경륜이 높으신 분인데 당이 위기에 있을 때 당을 단합하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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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