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쌍욕이 팩트다”…갈수록 거침없어지는 한동훈 발언 수위

총선 출마가 유력하게 제기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연일 야권 인사들과 설전을 벌이며 발언 수위와 빈도를 높여가고 있다. 최근 민주당을 향해 '멍청아' 발언을 한 데 이어, 전날엔 이른바 '새천년 NHK 사건'과 관련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설전을 벌이며 "5‧18 전날 룸살롱에서 쌍욕한 게 팩트"라고 즉각 맞받아쳤다. 야당은 한 장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문제 삼는 반면, 여권에선 야당의 막말에 반격한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30일 오후 국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가 "'새천년 NHK'는 선배가 술 사준다고 해서 간 자리"라고 설명한 데 대해 "희귀한 의견을 내고 계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5·18 민주항쟁 기념일 전날 밤 운동권 정치인들이 광주 NHK 룸살롱에서 여성 접객원들을 불러 술 먹고 참석한 여성 동료에게 쌍욕을 한 것, 그게 팩트고 나머지는 다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200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전날 '새천년 NHK'라는 업소에서 386 정치인들과 함께 여성 접대부가 동석한 가운데 술자리를 가졌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송 전 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선배가 초선들에게 술 한번 사 준다고 불러서 갔던 자리이며 룸살롱이 아닌 단란주점이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한 장관은 민주당을 향해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라는 발언을 해 야권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지난 24일 '암컷' 발언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이 '이런 표현을 허용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취지로 'It's Democracy, stupid.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라는 눈 글을 올린 데 대한 반박이었다.


한 장관은 "그런 식의 용어를 공개적으로 구사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민주주의 공론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세계적인 룰"이라며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라고 하는 게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하실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꾸준히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22일 한 장관은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자 이 대표를 겨냥해 "어떤 공직자가 세금으로 공직생활 내내 샴푸 사고 가족에게 법인카드 줘서 소고기랑 초밥 먹으면 그게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 저를 띄워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야당은 한 장관이 전국구 행보에 나서며 연일 민주당을 겨냥하는 데 대해 "사전 정치 활동이다" "국무위원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는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 장관은 정치적 중립성을 완전히 상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이미 정치인 활동을 시작하셨으니 시간 끌지 말고 그냥 정치로 넘어오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한 장관의 이 같은 중립성 위반은 '탄핵 사유'라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여권에선 한 장관은 야당의 막말에 대응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꾸준히 한 장관의 '탄핵'을 언급하고 있는 데다, 송영길 전 대표의 '건방진 놈'과 같은 원색적 공격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당 논평보다 더 강한 메시지로 야당과 맞서고 있는 한 장관을 응원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도 한 장관이 야당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없진 않다. 국무위원으로서 최근 발언 수위가 다소 아슬아슬해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날 통화에서 "핵심 지지층에선 한 장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환호와 응원을 보내겠지만 중도층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 장관이 총선에 이어 차기 대선까지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즉각적이고 날선 언행을 자제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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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