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죄송, 모든 것은 제 부족"…尹대통령, 국민앞에 숙였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윤석열 대통령이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국정 총책임자로서 국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거듭 '부족' '죄송' 등의 표현을 사용해가면서 전적으로 이번 탈락이 본인의 잘못임을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예상보다 큰 표 차이로 떨어진 것에 대해 정부의 예측이 빗나갔음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이를 직접 설명했다. 다만 경쟁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성공적 엑스포 개최를 돕겠다는 뜻과 유치 과정에서 내세웠던 국토 균형 발전 전략과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기여라는 국정 기조 역시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전 11시59분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약 10분 전에 공지된 긴급 브리핑이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에 있었던 프랑스 파리 BIE(국제박람회기구) 투표 결과에 대해 국민 앞에 직접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굉장히 중요한 국정과제였다. 거기에 국정 책임자가 국민에게 직접 말씀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우리 전 국민의 열망을 담아서 민관합동으로 범정부적으로 2030 엑스포, 부산 엑스포 유치를 추진했습니다만 실패했다"고 입을 열었다. 얼굴 표정과 목소리는 침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인들, 외교부와 파리 상주 외교관, 대사관 직원들 등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감사를 나타냈다. "우리 국무위원들도 여러 국가들을 맡아서 그야말로 먼 거리까지 다니면서 뛰었다"고 하면서는 그간 많은 이들의 노력이 떠오르는 듯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정말 (취임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아쉬움 없이 저희는 뛰었다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도 96개국 정상과 한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 통화도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음을 받아들이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저희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들이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주시라"고 말했다.
이어 재차 "정말 우리 민관은 합동으로 열심히 뛰었다"며 "제가 그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통해 이루려던 국토 균형 발전과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기여라는 국정 운영 방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는 단순히 부산만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울, 부산 두 개를 축으로 해서 우리나라 균형 발전을 통해 비약적 성장을 하기 위한 시도였다"며 "마치 축구에서 운동장을 전부 써야 좋은 경기가 나오듯이 이제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서 여기서 더 점프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토의 모든 지역을 저희가 충분히 산업화해서 다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도쿄와 오사카 두 거점으로 대표되듯이 우리나라도 부산을 축으로 해서 영호남 지역을 발전시키고, 서울을 축으로 해서는 수도권과 충청, 강원지역을 발전시키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이러한 국토의 균형 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며 "그래서 부산을 해양과 국제금융, 첨단산업 디지털의 거점으로서 계속 육성하고 영호남 남부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더라도 남부지역에서 부산을 거점으로서 모든 경제 산업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차질없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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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