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혁신위 “대통령실 출신도 모든 지역구 전략공천 없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17일 내년 총선 때 모든 지역구에서 전략공천을 원천 배제해야 한다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출신도 예외 없이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8차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혁신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모든 지역구 경선 원칙을 주요 내용으로 한 ‘상향식 공천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4호 혁신안으로 의결했다. 이들은 ‘전략 공천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모든 지역구에 전략공천 원천배제”라며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 없이 똑같이 공정하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정치권에선 주요 선거 때마다 혁신의 일환으로 전략공천 원천 배제가 제안된 바 있지만 실행된 적은 없다.

혁신위는 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당의 명예를 실추한 자, 금고 이상의 전과자는 내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엄격한 ‘컷오프’(공천 배제) 기준도 당에 제시했다.

혁신위가 이날 대통령실 참모들까지 겨냥해 전략공천 원천 배제를 제안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 일각에선 불편한 기류도 엿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 출신이라고 전략공천에서 완전히 배제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 대통령실에서 일을 한 게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냐”라고 말했다.


혁신위원회가 17일 대통령실 참모들을 대상으로 ‘전략공천 원천 배제’ 카드를 꺼내 든 건 앞서 친윤(윤석열)계 핵심 의원들과 당 지도부, 영남 중진에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권고했던 ‘희생’ 키워드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리한 지역구에 있던 당 중진 의원의 경우 희생을 해주십사 부탁드렸고 대통령실에서 내려오는 분들은 경우에 따라선 특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큰 틀을 보고 전략공천을 원천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전체 선거를 위해선 훨씬 유리한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요한 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저는 (공천이)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 정신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한 만큼 이번 혁신안도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다만 혁신위는 “상향식 공천의 구체적인 방식,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일반 국민과 당원의 비율 배분 등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전략공천 배제는 그동안 주요 선거철마다 정치권에서 쇄신 방안으로 제안돼 왔지만 한 번도 실행된 적은 없다. 역대 총선마다 최대한 민심을 담으려는 노력들이 추진됐지만 국민의힘이 새누리당이었던 2016년 총선 당시엔 선거법 개정 실패로 오픈프라이머리가 실현되지 못했다. 4년 전 총선에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경선 지역 85곳에서 100% 국민여론조사를 했지만 본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참패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모든 지역구의 완전 경선을 뜻하는 전략공천 원천 배제를 혁신안으로 선언한 것에 대해 “한 석이라도 중요한 총선에서 고도의 전략을 스스로 포기하는 아마추어 같은 이상향”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현역 의원 기득권 지키기에 유리하고 정치적 기반이 없는 신인과 영입 인재에 불리한 방식”이라며 “동원선거 부작용도 있고 당원들의 박탈감을 유발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용산 출신에 대한 역차별과 불이익”이라며 “뒤늦게 지역구 출마 준비에 나선 대통령실 인사가 지역을 오래 관리해 온 현역 의원과 경쟁해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당내에선 “용산 출신이라고 꽃밭만 가려는 건 이기적인 처사”라며 이들이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도 분출되는 상황이다. 영남 중진들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해당 지역구를 비워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전략공천 길을 열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던 상황이었다.

이날 혁신위 회의에 초빙돼 강연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 주변에 권력을 독점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이 몸을 던져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며 상향식 공천을 주문했다. 김 전 대표는 당 대표이던 2015년 오픈프라이머리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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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