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또 기각…‘4전 4패’ 공수처 수사력 도마 위에

감사 편의 제공 대가로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021년 출범 후 청구한 구속영장 4건이 모두 기각되면서 공수처의 수사력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지위, 관련 회사와의 관계, 공사 도급 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춰볼 때 직무와 관련해 피의자의 개입으로 공사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상당수의 공사 부분에 개입했음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 반대 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이고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 내지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에게 반박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차명 회사를 만든 후 피감기관을 포함한 건설업체들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 등으로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은 2021년 10월 공수처에 김씨 수사를 의뢰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2월 김씨를 정식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공수처는 출범 후 청구한 구속영장 4건에서 ‘4전 4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공수처는 앞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두 차례, 금품 수수 혐의를 받는 경무관에 대해 한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전부 기각됐다.

특히 이번 사건은 공수처가 수사의뢰를 받은 후 약 2년 간 수사를 벌여왔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구속영장 기각은 뼈 아픈 대목이다. 법원이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본 점, 뇌물 액수와 관련해 법률적·사실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점을 볼 때 수사가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구속영장이 전부 기각돼 죄송하다”면서도 “(영장이) 10건 발부되면 큰일 난다” “공수처가 1년에 10건을 기소한다고 생각해보면 나라가 안 돌아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에 기소권이 없는 만큼 추가 수사를 진행한 후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구속영장 발부시 구속 가능 기간을 놓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 피의자를 구속했을 때 신병 확보 가능 기간이 며칠인지 등에 대한 법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 출범 3년이 됐지만 규정 미비와 관련된 쟁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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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