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쓴소리도 거부…“사실상 사당, 이대론 총선 장담 못 해”

친명계 인사의 충언마저 맹목적 극성 지지자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 험지 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간곡한 요구에도 이재명 대표에게 행여 손해가 생길까 엄호하면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당내 비판 기능을 마비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대표의 극성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당원 게시판 등에서는 김두관 의원의 전날 페이스북 발언을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친명계 의원으로 사석에서는 이 대표와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깝다고 전해지지만, 그의 쓴소리마저도 지지자들에게는 불편한 것이다.

김 의원은 작심한 듯 총선 승리를 위한 당 지도부의 선제적인 헌신을 당부하는 쓴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은 변화와 혁신을 이루겠다면서 시늉이라도 하는데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안일함에 빠졌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험지 출마를 선언하는 등의 솔선수범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충언이다.

김 의원은 “국힘 지도부와 윤핵관의 험지 차출은 이미 결정됐고, 곧 지역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장군들이 앞장서지 않고 병사들만 사지로 몰면 누가 따르겠느냐. ‘친명 안방, 비명 험지’로 방향을 잡았다가는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힘보다 더 많은 다선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살 깎기’를 시작해야 한다. 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의 충언 직후 극성 지지자들은 김 의원 SNS를 찾아 “제정신이냐” “당이 해준 게 뭔데 이 대표에게 희생을 강요하느냐” “무늬만 친명 아니냐” 등 불편감을 드러낸 댓글을 달았다.

충심에서 나온 상식적인 수준의 직언이지만 극성 지지자들은 아무런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다름과 비판은 전혀 허용하지 않겠다는 모습이 중국 문화 대혁명 당시 전횡을 저지르던 ‘홍위병’과 비슷하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사실 김 의원의 충언은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이 대표의 과거 다짐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극성 지지자의 맹목적인 행태가 당내 침묵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당의 발전과 총선 승리를 위해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비판할 수 있는 직언도 필요한데 이를 못 하게 막고 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익명의 민주당 재선 의원은 “어느 순간 민주당이 다른 의견은 전혀 듣지 않는 특정 개인의 정당이 되어 버린 듯하다”며 “과거 훌륭한 선배 정치인들 누구도 지금처럼 편협하게 당을 운영하지는 않았다”고 푸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일방통행식으로 당을 끌고 가면 지금은 자신 있어 하지만 총선에서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며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과연 이재명 대표가 잘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인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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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