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친명당’… 이재명, 박정현 카드에 비명 ‘부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인사인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면서 사실상 ‘도로 친명당 2기’ 체제가 들어섰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친명 일변도의 당 지도부를 향한 내부 비판 속에 일부 당직자가 비명(비이재명)계로 교체된 지 7개월 만에 다시 친명 색채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29일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 하니 내부 단속을 이렇게 해도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이 대표가 갖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신임 박 최고위원의 자리는 비명계 송갑석 의원이 지난달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지명직 최고위원에서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던 자리다. 그 전엔 원외 인사인 임선숙 변호사가 호남 몫으로 임명돼 활동했던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친명 일색의 당 지도부를 쇄신해야 한다는 내부 비판을 계기로 7개월 사이 이 자리의 주인이 세 차례 바뀌었다. 친명에서 비명으로, 다시 친명 인사가 앉았다.


박 최고위원은 임명 전부터 이 대표 옹호 발언으로 친명 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임명 이틀 전인 지난 25일 친야 성향 유튜브에 나와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1호 혁신안인 현역 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두고 “동의하기 어렵다”며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걸 (행사)하기 위해 유지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지금이 불체포 특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지난달 24일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더 이상 국민의 대표로 세울 수 없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당내에선 박 최고위원 임명을 둘러싼 우려와 지지가 공존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중요한 건 혁신 경쟁에서 여당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라며 “혁신을 위해서라도 내부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인선으로 혁신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충청권 민심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당 지도부의 설명엔 “계파색이 옅은 충청권 현역인 강훈식 의원이나 조승래 의원도 있는데 굳이 또 친명계인가”라는 반론이 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파’에 대한 징계 논의를 모두 중단시켰으면 된 것 아닌가”라며 “그냥 이 대표가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의 거취 논란도 수면 위로 올랐다. 조 사무총장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맞서 ‘이재명 수호’ 도심 집회를 주도해 비명계의 거부감이 크다. 조 사무총장 주도의 총선 공천 작업이 비명계를 겨냥한 ‘공천 학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사퇴 촉구의 구실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당내 입지가 좁아진 비명계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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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