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사퇴? 청년기구 신설?…혼돈의 국힘, 김기현식 해법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민심 확보를 위한 혁신위원회(가칭) 신설에는 당 지도부와 공감대를 이뤘지만, 임명직 당직자 사퇴 등을 둘러싸고 당 지도부에 내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수도권 맞춤’ 마련 등 당 체질 개선을 예고했지만, 핵심은 대통령실과 관계 재정립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제기된다.


▲ 김태우 전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캠프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14일 여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내주 국민의힘 혁신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앞서 최고위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의견을 모은 김 대표는 오는 15일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의원들에게 추가로 의견을 청취한 뒤 혁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당 지도부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청년 정치인을 기용하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고 한다. 이들 정치인이 수도권-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직접 마련하는 한편, 당 지도부에서는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이들을 지원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현재로서 김 대표는 ‘지도부 교체’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김 대표는 (특정 지도부에)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다”며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사람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리면 손발을 맞추는 데 시간이 더 든다”고 했다. 지도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지도부만 교체하는 모습을 보이면, 김 대표 입장에서는 ‘꼬리자르기’ 비판이 불가피한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부 당 지도부는 김 대표에게 임명직 당직자들의 사표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이 느끼기에 기구 하나만 신설하면, 쇄신 의지나 진정성이 부족해 보일 것이라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또 이번 보궐선거 패인이 내부보다 외부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개인 비리 의혹 등으로 인한 여권 지지율 부진이 패배의 핵심 요인이라는 논리다.

당4역(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을 비롯한 지도부 대부분이 영남, 강원권 출신이라는 점을 꾸준히 비판 받은 만큼, 해당 안은 가장 현실적 안으로 꼽힌다.

다만 기용 형식을 두고 이견은 여전하다.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기구를 신설할지, 청년 정치인을 지도부에 합류시킬지를 두고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당 지도부에 청년 정치인을 합류시킬 경우, 임명직 당직자의 사퇴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론의 핵심은 김기현 지도부를 둘러싼 당내 불만의 표출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당이 대통령실과 ‘수직적 관계’를 형성해 주도권을 잃으면서, 김 대표 취임 직후 공천 파동 불안감이 형성됐고, 수도권 위기론에도 당 지도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공천을 앞둔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보궐선거 패배에 ‘김기현 책임론’이 대두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그를 둘러싼 당내 불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에 대한 여론 악화로 패배했다고 치면, 그 원인은 대통령실과 잘못된 관계 설정에 있다”며 “이 대표를 공격하기 전에 우리 당의 위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은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소통한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인식하기엔 일종의 공무원 집단 같을 것”이라며 “상명하복하고 수직적인 관계로 비춰지는 것 자체가 문제다. 김태우 전 후보자 때문이 아니라 그 관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만 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