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혼돈에 빠진 국민의힘이 혼란 수습과 쇄신책 마련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오전 9시부터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 최고위원들과 1대 1 개별 면담을 하며 쇄신안과 당 진로에 관한 지도부의 여론을 수렴했다. 애초 김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몇 가지 쇄신안을 논의하고 일부를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내 여론을 수렴하는 시간을 더 갖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면담을 시작으로 15일에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쇄신 방안에 관한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늦어도 다음 주 초쯤 쇄신안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총선기획단이나 인재영입위원회, 혁신위원회 격의 기구인 미래비전특위 등의 기구를 띄우고 ‘1호 인재영입’ 인사 발표 등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이러한 ‘쇄신 로드맵’에 대해 지도부 내에서도 “원점에서부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김 대표와의 면담에 앞서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특위 몇 개를 띄운다고 해서 대대적 쇄신이나 혁신이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흔드는 건 현실적으로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이 보시기에 ‘국민의힘이 변화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상징적인 변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강도 높은 쇄신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4선 중진인 홍문표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적당히’라는 이름으로 넘어가는 것은 안 된다는 걸 먼저 말씀드리겠다”며 “오늘 아침과 어제저녁에 (원외 당협위원장) 7∼8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책임자가 안 나오고 자꾸 미봉책으로 가면 원외위원장들이 연판장이라도 받겠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 위기론’을 꾸준히 제기해 온 4선 윤상현 의원도 전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원장을 당 대표가 맡는 건 그 어떤 임팩트도 없을 것 같다”며 “구청장 선거에 졌다고 당 대표가 물러나고 지도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건 너무 많이 나간 이야기이지만, 지도부를 교체할 정도의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 당이 패배 원인을 분석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려 하는데 왜 자꾸 분란을 부추기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을 정하고 몰고 가려고 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선거 패인 분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