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년 내내 '정치검찰' 질타했지만…'내맘대로' 수사받겠단 전현직 野대표



지난해 8·28 전당대회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체제'가 성립된지 만 1년, 지난 1년은 민주당이 돈봉투, 쌍방울 대북송금 등 전·현직 대표를 둘러싼 의혹을 들여다보는 검찰을 향해 "정치 검찰" "야당 탄압"이라며 맹렬히 질타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정작 의혹의 당사자들은 수사 시작 전부터 "지금 수사하라"며 청사앞 기자회견을 열거나, 소환조사 일정이 기재된 출석통보에도 "내일 조사 받겠다"며 역제안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전·현직 당대표가 수사 일정까지 제멋대로 정하려 하며, 전혀 '탄압' 받는 피해자 같지 않은 모습에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이 무색해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전날(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북송금 의혹 관련 검찰의 30일 소환 조사 통보'에 "2년 동안 수사했다면서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어떻게 한 달 반 만에 공소장에 돈을 준 사람, 받은 사람, 받은 장소, 날짜 등 경위가 다 다르지 않나. 터무니없는 얘기를 갖고 소설을 쓰고 있는데 국가권력을 남용하는 것이고 정치 공작"이라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넸다는 의혹이다.

앞서 수원지검은 지난 23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혐의'로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오는 30일 출석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무 등 일정상 이유로 다음주 소환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일 곧장 조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지만, 검찰은 예정된 수사 및 재판 일정을 이유로 거부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의 의도는 뻔하다"며 "방탄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시커먼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 대표와 검찰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일정 전부터 이른바 '셀프출석'(지난 5월 2일)을 했다가 제지 당해 청사로 들어가지 못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 앞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들어 "검찰은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나 송영길을 구속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자진 출석에 셀프 회견까지 모두 홀로 진행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구속기소)의 금품 수수혐의를 수사하던 중 송 전 대표가 출마했던 당시 전당대회에서 경선캠프 관계자 및 국회의원·대의원 등에 금품이 살포된 정황을 포착했다.

송 전 대표는 한 달여 뒤인 지난 6월 7일 두 번째 셀프출석을 시도했다. 그러나 일전과 마찬가지로 검찰청사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해 출입하지 못했다. 그는 이날도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통해 "주위 사람 괴롭히지 말고 송영길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셀프출석에 "피조사자가 일방적으로 '내일 나가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다른 일반 국민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형사절차와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특히 송 전 대표는 자신과 주변을 둘러싼 사법적 논란이 정리되는대로 정계에 복귀하겠다고 미리 선언하기도 했다. '검찰 독재 카르텔 세력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가 명분이라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민주당 대표의 검찰 셀프출석 '퍼포먼스'와 현직 당대표의 일방적인 '조사 날짜 통보'에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검찰의 소환일시를 마음대로 정하는 게 민주당 대표들에겐 마치 당연한 특권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 아니냐"면서 "(검찰 출석은) 소풍 나들이를 가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적 상식이나 정서에 비춰보면 쇼로 비친다"며 "오히려 역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치검찰' 논리는 특정 정권의 요구대로 검찰이 움직인다는 의미"라며 "그러나 이 대표와 송 전 대표가 검찰에 일방적으로 조사 날짜를 통보하고, 수사하라고 강요했을 때 검찰이 그들의 뜻대로 '그렇게 하자'고 한다면 오히려 그게 '정치검찰'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하면서 실제로는 '정치검찰이 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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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