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팔았다"…178만→44만원 몰락한 황후의 주식


"황후의 주식 몰락하다."

중국 화장품 대장주(株)가 연일 바닥을 뚫고 내려간다. 과거 178만원까지 치솟았던 LG생활건강은 현재 44만원 대로 주저앉았다. '총체적 난국', '출혈 마케팅'이란 제목을 내건 증권사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5일 LG생활건강은 전 거래일보다 1만500원(2.31%) 내린 44만4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LG생활건강은 44만40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LG생활건강과 함께 화장품 대장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도 전 거래일보다 1600원(1.64%) 내린 9만6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계속되는 중국 화장품 부문의 부진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다. 코로나19 이후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됐다. LG생활건강의 경우 17년 연속으로 매출액·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으나 지난해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1.19%, 44.86% 줄었다.

현재 두 기업은 탈(脫)중국화를 진행하며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럭셔리 라인인 '더 히스토리 오브 후(후)' 용기 전면에서 처음으로 한자를 배제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설화수 모델로 배우 틸다 스윈튼과 블랙핑크 로제를 기용해 이미지 변화를 추구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이런 움직임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메리츠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의 막대한 광고비 집행으로 당장 2분기 중국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업 정상화로 판매가 반등하겠으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기타 브랜드의 적자와 70억원 정도의 설화수 광고비 증가로 흑자전환이 쉽지 않겠다"며 "국내 주력 채널도 여전히 부진하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한때 코스피 '황제 화장품주'로 불렸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부임했던 당시 주가가 3만원대였으나 중국 시장에서의 인기와 고속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며 2015년 100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성장이 꺾이자 주가는 불과 1년도 안 돼 반토막이 났다.

아모레퍼시픽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헤라' 등 럭셔리 라인이 연달아 히트를 치면서 굳건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소비 감소로 실적과 주가가 모두 꺾였다.


큰손 투자자인 국민연금도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앞다퉈 팔아치웠다. 지난 4일 국민연금은 LG생활건강 지분 비율을 8.03%에서 6.99%로, 아모레퍼시픽도 7.39%에서 6.35%로 줄였다고 공시했다.

투자자들은 과거 두 기업의 '10루타 주식' 신화 재현을 꿈꾼다. 하지만 증권가는 아직 인내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목표주가도 계속 내려간다. △NH투자증권(17만→14만원) △유안타증권(16만→14만원) △메리츠증권(16만→15만원) △하나증권(20만→15만원) △한화투자증권(16만→15만원) 등은 아모레퍼시픽의 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보다 41% 밑돌 것"이라며 "비(非)중국 영업이익이 빠르게 성장하며 안정성을 키워가고 있지만 아직 낮은 비중이고 중국, 면세 부문 부진이 기업가치 변동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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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