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아끼려 갔는데 '포장비 2500원'…"왜 받아요?" 식당에 물었더니


한 소비자가 음식점에서 포장 주문을 했다가 포장 금액 2500원이 추가됐다는 글을 SNS에 올리며 논란이 일었다. 배달비를 아끼려 포장 주문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자영업자마다 포장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배달 시장은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했지만, 엔데믹과 배달비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배달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30일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의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외식 유형별 비중'에서 배달을 이용하는 비율은 지난해 39.4%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반면 포장 주문은 26.2%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응답자의 56.5%가 '배달비를 절약하기 위해' 포장·테이크아웃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올해 초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배달 앱 3사의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약 20% 줄며 배달 앱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배달 대신 포장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포장비를 따로 받는 매장도 생겨나고 있다. 직장인 고모씨는 "얼마 전 죽집에서 죽을 포장했는데 포장비 1500원이 붙는다고 직원이 양해를 구했다"며 "왕복 20분 걸어서 배달하는 것보다 1500원 싸게 먹었는데 시간, 비용 고려하니 부담은 큰 차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포장 용기 비용이 있어서 포장비 추가는 어쩔 수 없다면서도 포장의 장점과 개인 그릇을 가져오면 할인해 준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서울 마포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송모씨는 "밥, 반찬, 국그릇과 일회용 수저, 종이봉투 등 포장 비용을 다 합치면 2000원이 조금 안 된다"며 "포장비로 2000원을 요구하면 손님한테 부담일 것 같고, 그렇다고 2000원을 고스란히 손해볼 수 없으니 1500원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포장 주문 1회당 1000원가량 손해지만 포장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씨의 매장에서 쓰는 포장 부자재의 가격은 개당 간장 종지 60원, 장국 용기 220원, 은박 사각 도시락 240원, 종이봉투 400원, 우동 용기 100원, 초밥 도시락 480원 수준이다.

초밥 한 세트를 시키면 간장 종지와 초밥 도시락, 장국, 종이 가방을 다 합쳐 포장 용기 비용 1100원이 더 든다. 하지만 윤씨는 "점심처럼 바쁜 시간에는 포장 주문 손님도 적절하게 있어야 매장 회전도 빨라지고, 서빙, 상차림, 설거지 같은 부수적인 일이 줄어드는 측면에선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브런치 매장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고자 포장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샐러드, 그릭요거트를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담아 포장 판매하는데 한씨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용기는 일반 일회용기보다 1.5배정도 더 비싸서 포장비를 받고 있지만 개인 그릇을 가져오는 손님에게는 금액을 할인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포장비가 보편화돼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올해 3월 배달 앱 내 포장 주문 무료 서비스를 종료하고 중개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배달앱 시장 성장세가 꺾이고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 내년 3월까지 무료 서비스를 연장하기로 했다. 중개 수수료가 유료화되면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부담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배달비처럼 포장비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수수료가 추가되면 포장비가 부과돼 외식 물가가 오른다는 부담도 생긴다"며 "중개 수수료 요금이 생겨도 개인 그릇에 포장하면 할인하는 것처럼 가격 인상을 방어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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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