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콕 찍어 “한국 조선업” 왜…결국 중국 견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미국의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이런 발언은 중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한국 조선업의 기술 경쟁력을 활용해 쇠퇴한 미국 조선업을 보강하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7일 윤 대통령과 처음 통화하면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 분야에 대해서 앞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은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최대 선박건조 역량을 지닌 나라였으나, 최근 들어 높은 제조비용과 인건비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아울러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자국 내 건조 원칙을 지켜오면서 기술 또한 쇠퇴했다.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화물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 선원이 탑승한, 미국 선적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하는 내용이 뼈대다. 상선과 군함에 모두 적용된다. 이로 인해 외국기업들은 미국 내 조선소에 투자하거나, 이를 인수해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했다.


조선업 경쟁력 하락은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국 해군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6월 공개한 ‘초국가적 위협 프로젝트’ 보고서에서 중국 해군의 전함(234척)이 미국 해군의 219척보다 많다며 이런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조선업의 국제 경쟁력 상실이 장기적으로 해군 전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대안을 모색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국 해군은 우선 2025년 시범 사업으로 외국 조선소에 함정 수리를 맡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지난 2월에는 미국 해군장관 카를로스 델 토로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찾았고, 8월엔 한화오션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시라의 창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인도 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구도 속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미국의 고민 또한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하원 외교위원회의 ‘인도·태평양 지역 강대국 간 경쟁 관련’ 청문회에서 중국의 도전이 “우리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언급한 것이 이런 분위기를 설명한다. 캠벨 부장관은 그러면서 “지금은 해군의 시간”이라며 해군 역량 강화를 언급했다. 미 해군 함정의 설계와 건조 속도를 높이는 것을 “향후 10년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런 맥락 속 한국과 미국의 선박 보수·수리·정비(MRO) 협력은 지난달 30일 열린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거론됐다. 두 나라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에서 “함정의 보수·수리·정비 서비스 수행을 위해 최근 미 해군이 대한민국 조선소와 체결한 계약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업계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전통 에너지 사업을 중시하는 만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에 더해 삼성중공업까지 국내 조선3사가 모두 LNG운반선 건조에 기술이 앞서 있기 때문에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 일각에선 미 해군 MRO사업으로 신뢰가 구축되면 미 군함 건조도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행 미국 관련 법에 따르면 비전투함은 해외 조선소 건조가 가능하다. 다만 전투함까지 건조하기 위해선 미 현지 조선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현지 국내 조선사의 미국 조선소 유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조선업은 쇠퇴해 인력이 부족하고 인프라도 없는 상황”며 “미 정부 지원 없이는 산업이 살아나긴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은 이미 장기 불황을 걷고 호황기를 맞은 상황이다. 국내 조선3사는 올해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동반 흑자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009540)은 이번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98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7.4% 증가했다. 누적 흑자는 9350억 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도 3분기 영업이익 1199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58% 증가했고, 지난해 3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한 한화오션 또한 25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