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퇴출’에도 사업 계속한 라덕연…측근들도 문어발식 사업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가 사태 이전부터 미등록 투자 자문업체를 운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투자자문업체뿐만 아니라 라씨 측근들은 골프업체·가구업체 등 사업도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투자 수수료를 사업을 통해 세탁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 검찰에 입건된 H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가 지난 1일 서울시내에서 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4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라씨는 폭락 사태 중심에 선 H업체 외에도 미등록 투자자문업체 R홀딩스, E파트너스를 운영했다. 2016년 H업체 설립 후 라씨는 R홀딩스를 세웠고, 2020년 8월 금융위원회에서는 R홀딩스를 금융투자업 등록 사실을 공고했다. 하지만 2021년 금융위는 R홀딩스의 투자자문업 업무폐지를 신고했고 2022년 해당 업체는 폐업했다. 2021년에 설립한 E파트너스는 경영컨설팅을 사업으로 하는 미등록 투자자문업체였다.

라씨가 2014년 금융감독원에 유사투자자문업을 신고한 뒤 폐업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있다. 자본시장법상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보고의무나 자료체출로 3회 이상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의무교육 미이수 등 신고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때 직권말소된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부터 직권말소 제도를 시작해 2021년까지 총 1156개 업자를 직권말소했다. 직권말소 시 향후 5년간 유사투자자문업 영위를 할 수 없다.

라씨는 부적격 회사를 운영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를 모아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라씨 일당에 돈을 맡겼다 손해를 본 투자자 A씨의 경우 “수수료를 50% 내야 한다. 원래 그렇게 하는 거다”라는 말을 듣고 수익금의 절반을 지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라씨 측근을 통해 “돈을 많이 벌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포폰을 통해 신규 계좌를 개설해 수십억을 투자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가가 폭락하면서 현재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게 A 씨의 설명이다. A씨와 같은 피해자들은 법률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지난 2일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대건 한상준 변호사는 9일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수사단에 주가조작 일당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사기‧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투자자문명목으로 챙긴 돈은 라씨 측근들이 세운 회사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라씨의 측근인 프로골퍼 안모 씨는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고, 가수 임창정씨 소속사 등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안씨가 운영하는 골프연습장 사내이사로 라씨와 라씨 최측근인 변씨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안 대표가 운영하는 케이블TV 업체에도 라 대표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또 라씨는 최근 강남구에 S가구업체를 세우는 등 투자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을 운영했다.

라 전 대표는 최근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일임 투자 등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주가 폭락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라 대표는 투자자들의 휴대폰과 증권계좌를 받아서 거래를 한 건 맞지만 통정거래는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이번 폭락사태에서 '이익을 본 사람'으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키움증권을 지목했다. 헤럴드경제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라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주가조작 논란에 선 종목들의 거래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주가조작과 폭락이 의심되는 시기 매수·매도 호가와 실제 체결 기록, 거래량 등 자료를 전날 한국거래소로부터 넘겨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팀은 거래소 자료를 바탕으로 주가조작을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 9개 종목 동시 폭락을 촉발한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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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