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 끝내 없었다...전원 낙선으로 끝난 '천아용인'의 도전

내년 총선을 지휘할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에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팀 가운데 누구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구태에 맞서는 혁신을 외치며 전당대회를 흔드는 '다크호스'로 주목받았지만 본경선에서 모두 탈락하며 끝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경선을 마무리 했다. 2년 전 젊은 보수 돌풍을 일으키며 개혁보수의 '빅스피커'로 떠오른 이준석 전 당대표의 지원사격도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 천아용인 후보 모두 본경선에서 탈락했다. 천하람 당대표 후보는 14.98%(6만9122표)를 얻어 3위를 기록했고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용태·허은아 후보도 각각 10.87%(9만9115표), 9.90%(9만276표)로 6·7위에 그치며 4명의 최고위원 당선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기인 후보도 18.71%(8만4807표)로 55.16%(25만36표)를 기록한 장예찬 후보에 크게 밀리며 고배를 마셨다.

예상치 못한 참패다. 당권경쟁에서 천하람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실버크로스(2·3위 역전현상)을 이뤘다고 판단하는 등 천아용인팀 내부에선 내심 결선투표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고위원의 경우에도 선거인단이 1인당 2표씩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최소 지도부 1석 정도는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전당대회 초반부터 '친윤'(친윤석열)과 대립각을 세워'비윤'(비윤석열) 선명성을 강조하고 지역현안 조명, 보수정당 개혁을 거론하며 차별화된 노선을 밟아 주목받은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준석이라는 존재감이 이들에게 가장 큰 자신감을 심어주는 요소였다. 이 전 대표가 보수 정치판에서 가장 뜨거운 '빅스피커'로 통하고 있단 점에서다.


직전 전당대회 승자인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꼽혔다. 천아용인팀이 전당대회 초반 이 전 대표를 내세우며 '타이틀 방어전'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이 전 대표의 영향으로 신규 당원이 대거 입당하고 이 중 2030 젊은층도 상당한 만큼 이들이 모바일 투표에 적극 참여하면 천아용인팀이 선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당대회 선거인단 중 10~30대가 20.8%에 달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가 나왔다. 이 전 대표가 천 후보를 비롯한 천아용인팀의 현장 선거유세에 동행하고 각종 매체에 출연하거나 소셜미디어에 표심을 달구는 게시물을 남기는 등 전방위적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가 윤석열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 치러지는 성격이 강하단 점에서 당심이 '안정'에 쏠렸단 분석이다. 보수 위기 속에서 이 전 대표의 개혁성을 인정한 지난 전당대회와 달리 지금은 이 전 대표의 존재가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보폭이 넓어질 수록 당내 갈등도 커지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번 전당대회는 당 대표를 뽑는 투표가 아닌 대통령을 지키는 투표라는 인식이 있고 전당대회 뿐 아니라 야당과의 싸움까지 전선이 두 곳"이라며 "단순히 당권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보수대 진보라는 생사기로에 있는 만큼 결집력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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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