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이재명 엎드리지 않으면 다음 체포동의안은 무조건 가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30명이 넘는 ‘집단 반란표’로 실력 행사를 한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와 지도부가 상황을 심각하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다음 날인 28일 당내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공개 행보를 자제했다.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모임 ‘민주당의 길’은 이날 오후로 예정했던 집담회를 취소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다.

하지만 비명계 내부에서는 경고성 발언이 쏟아졌다. 비명계 핵심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도부가 현재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당분간은 이 대표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비명계 의원도 “지금부터 이 대표가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가 앞으로 이 대표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에 바짝 엎드리지 않으면 다음에 국회로 넘어올 ‘이재명 체포동의안’은 무조건 가결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대표 거취 문제를 앞서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억울하다 하더라도 자신의 문제로 당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데 책임이 있는 건 틀림없지 않느냐”면서 “이 대표 리더십을 따라가지만 이렇게 가서는 당이 송두리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걱정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정당에서 특정인에만 의존하는 건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 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과 당 지도부가 이 대표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일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명계의 ‘이재명 책임론·사퇴론’이 계속 나올 경우 ‘집안싸움’이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나 친명계 입장에서는 반대 세력을 설득해 함께 갈지, 아니면 더 늦기 전에 ‘손절’하고 확실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지 고민할 시점이 됐다”며 “어떤 식으로든 당분간 당내 갈등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아직 총선이 1년 넘게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타이밍은 아니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의 아슬아슬한 부결을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로 규정한 국민의힘은 이날도 공세를 이어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최소 31명에서 최대 38명의 민주당 의원이 찬성하거나 기권한 걸로 보인다”며 “민주당에서도 38명이나 되는 분이 ‘정치 탄압’이라는 이 대표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애살수(懸崖撒手)’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절벽에 매달렸을 때는 손을 놓고 과감하게 뛰어내려야지,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다가는 훨씬 더 크게 다친다. 이 대표가 명심해야 할 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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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