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이재명 퇴진론…'기소시 직무정지' 당헌 80조 뇌관되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 이 대표 퇴진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 80조'가 퇴진론에 불을 붙일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명계 '체포동의안 부결 후 퇴진론'…'李 사퇴' 선 그어


국회가 오는 27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들어간다.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며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가결 여부가 결정된다. 의석수로 볼 때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진 만큼 부결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미 의원총회를 통해 부결표를 던지기로 총의를 모은 바 있다.
공개적으로는 민주당이 검찰 수사에 맞서 단일대오를 갖춘 모양새지만, 수면 아래 '비명계(非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이재명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내부 위기의식도 감지된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나 재판이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상황을 논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후속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다른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질 경우에는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한 비명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검찰 수사가 지나치다는 인식 때문에 이번 체포동의안은 부결로 뭉쳤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며 "여론이 돌아선다고 판단될 경우 단일대오는 바로 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 후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공개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기소가 되면 물러나야 한다"며 "사법적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당을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도 지난 23일 인터뷰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 이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란 전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비명계 설훈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부결표를 던지자고 주장하면서 "이 대표가 알아서 행동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부연이다. 조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이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하자는 그룹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단 이 대표가 당장 사퇴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에는 당이 '결집모드'에 돌입할 수 있어서다. 이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퇴진론에 대해 "국경을 넘어 오랑캐가 불법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된다"고 말하며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인터뷰에서 "어떤 분들은 이 대표가 사퇴하는 것, 혹은 공천권을 내려놓는 게 신의 한 수라고 말하지만, 신의 한 수가 되려면 국민들과 정치권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기와 방법으로 예상하지 못한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며 "어쨌든 현재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 70% 이상이 이 대표 지지자"라고 사퇴론에 거리를 뒀다.

'방탄 논란' 당헌 80조 다시 논란되나…당 대표가 구제 여부 판단


이 대표가 기소되는 시점에 당헌 80조 논란이 크게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헌 80조 1항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규정이다. 단,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구제조항이 달려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구제 주체를 기존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꾸는 내용으로 규정을 개정했다. 당무위원회 의장은 당 대표다. 이 때문에 '이재명 방탄 조항'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방탄 논란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 대표 수사 초기부터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부당한 정치공세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당헌 80조 구제조항에 해당할 수 있는 주장이다. 또다른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당무위에서 이 대표의 당헌 80조 적용을 판단할 경우 결국 이 대표가 자기 자신에 대해 면죄부를 내릴지 보겠다는 건데 그것만으로도 여론이 상당히 악화될 수 있다"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공약도 뒤집은 바 있어 결국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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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