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을 봉으로 아는데”…설 해외여행에 밀려난 제주

명절 등 황금연휴 기간마다 인기 여행지로 주목받았던 제주가 힘을 잃었다.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로 향하는 관광객 수가 연일 늘어나는 가운데 올 설 연휴 기간 제주를 찾는 사람 수는 작년보다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설 연휴인 오는 20~24일 5일간 인천공항 이용객이 61만674명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연휴가 본격 시작되는 이달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항공편과 선박을 통해 제주를 찾는 사람 수는 18만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기간 제주 방문객 수(20만3437명)보다 7.6% 적은 수준이다.

7%대 감소를 두고 그 폭이 유의미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여행업계에서는 감소했다는 사실 자체에 더 주목하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내국인 관광객들이 해외로 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불만족스러웠던 서비스나 제품·음식 등의 질, 또 그에 비해 과하게 책정된 물가 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이 제주에 대거 몰리면서 이를 경험했고, 당시 느꼈던 실망감 때문에 재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숙박시설이나 렌트카 업체 등의 ‘바가지요금’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며 “국내 주요 관광지들이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어 비단 제주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정도가 과했고 무엇보다 당한 사람이 많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이 설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인 음식점과 골프장, 출장뷔페전문점 등을 단속한 결과, ▲원산지 표시위반 7건 ▲식품위생법 위반 4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1건 등 총 12건이 적발됐다.
방송 프로그램에 맛집으로 소개된 한 식당의 경우 “모든 돈가스는 제주산 흑돼지로 만듭니다”라고 안내 문구를 적어놨지만, 실제로는 흑돼지 대신 백돼지를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한 유명 골프장은 반찬으로 활용하는 미국산 돼지고기를 국산으로 거짓 표기했다.

표면상으로 문제가 없는 시설이었더라도 제주를 방문했던 이들 사이에서는 가격에 대한 불만 역시 종종 언급된다. 한 30대 소비자는 “작년 6월에 제주에서 차를 빌리려니 아반떼가 하루에 무려 12만원대였다. 보험비는 별도”라고 말했다.

제주가 외면받는 사이 해외로 향하는 관광객 수는 연일 늘어나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20~24일) 하나투어 해외여행 패키지를 예약한 사람은 1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70배 증가했다. 모두투어에서도 1만3000명으로 90배 급증했다.

해외여행이 활발해짐에 따라 공항이용객 수 역시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은 이달 21~24일 48만여명이 공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기간 이용객(2만7986명)보다 17배 증가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서는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 등으로 일본이 특히 주목받으면서 일본을 찾는 한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일본정부관광객은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383만1900명 중 한국인이 101만2700명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4명 중 1명이 한국인이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