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거덜나게 생겼는데…김성태, 다 자백할 것"


8개월간 해외 도피 행각을 벌여온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사진)이 체포 이틀 만인 지난 12일 '자진귀국'을 선택했다. 김 전 회장이 귀국하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김 전 회장 관련 각종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전 회장 관련 여러 의혹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과 '대북송금' 수사가 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또 김 전 회장의 '자진귀국'은 양형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그의 진술에 따라 이재명 대표가 다시 검찰에 출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13일 "김성태 전 회장이 다음 주 초쯤 귀국할 것이다. 이번 주말까지는 안 올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르면 이날 입국 예정이었지만, 여권 발급을 위한 서류 심사·승인 과정에서 관련 절차를 거치며 귀국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무효화된 김 전 회장은 강제 추방·송환 형식이 아닌, 자진귀국 형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긴급여권 발급이 필요하다. 검찰은 이번 주말 수사관을 미리 태국으로 보내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은 귀국 후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당연한 수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부터 사실상 구인해 국내에 도착하면 지난해 8월 미리 받아둔 체포영장을 곧바로 집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도 이견은 없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이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송금 ▲배임·횡령 ▲전환사채 관련 허위공시 등 여러 혐의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전체적으로 김 전 회장 관련 모든 혐의에 대해 수사하면서도,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북 송금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봤다. 검찰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 변호사 일부가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감사 등을 지낸 점을 근거로 변호사비 대납 가능성을 의심한다. 또 쌍방울이 지난 2019년 전후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64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74억 6000만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측에 전달했다는 대북송금 의혹도 김 전 회장이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변호사비를) 대신 내줬다면, 왜 대신 내줬는지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며 "거액을 선의로 내주진 않았을 것이다. 쌍방울이 대납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이었는지도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관련 사업을 추진하던 쌍방울 그룹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신 내주고, 모종의 이익을 취하려고 했을 수 있다는 취지이다.

그는 이어 "아마 검찰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 전 회장을 비롯해 관련자 조사가 마무리되면 마지막에 이재명 대표 소환조사도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검사장 출신 강경필 변호사(법무법인 이헌)는 "변호사비 대납과 대북송금 의혹이 가장 클 것이다. 김 전 회장이 회삿돈 빼 쓴 것은 횡령·배임 정도로 갈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도 정치자금법 위반은 기본이고, 뇌물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몸담으며 지청장을 지낸 조주태 변호사는 "검찰이 입증하기 쉬운 범죄 사실부터 차근차근 할 것"이라며 "수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검찰이 변호사비 대납, 대북송금 관련해서 어느 정도 물증 확보를 했다면 김 전 회장도 마냥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결국 검찰이 관련 자료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김 전 회장의 자진귀국 결심에 형량을 줄이기 위한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이 귀국 후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강 변호사는 "지금 회사가 거덜나게 생겼는데, 아마 자기가 저지른 건 다 자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지금 본인이 버틸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도 "김 전 회장이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자진귀국·수사 협조로 태도를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버텨본다고 뾰족한 수가 없지 않느냐"며 "정권 말기라서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우선 빨리 들어오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도피를 도운 직원들이 구속되는 등 조여오는 검찰 수사망에 압박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전 회장 친동생을 포함해 쌍방울 임직원 4명이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돕거나, 지시에 따라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13일 구속됐다. 아울러 소송 중 머물러야 하는 현지 수용시설의 열악한 환경도 자진귀국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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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