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재명 1호 법안' 거부권 시사…"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양곡관리법은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 발표를 위해 단상으로 오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시장 기능에 의한 자율적 수급 조절이 이뤄지고 가격의 안정과 농민들의 생산에 예측 가능성을 주기 위해서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 주는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점에 대해 오늘 여기에 참석하신 분들께서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또 의견을 내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재정 낭비가 심각하고,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양곡관리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이재명 1호 민생법안'으로, 쌀값 안정화를 위해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지 60일이 지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농해수위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회부 했다. 본회의로 부의된 법안이 상정되려면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합의해야 하는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상정 여부를 묻는 무기명 투표로 정해야 한다.

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통과시킨다면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농림부와 해수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농축산, 해양수산 산업의 효율성을 올리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4차 산업혁명시대다. 산업부, 중기벤처부뿐 아니라 농수산, 해양을 담당하는 부처에서도 더욱 첨단화되고 혁신을 이뤄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렇게 해야만 우리 청년들이 혁신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년에 도래할 수 있는 경제위기를 수출로 그리고 기술 혁신으로 돌파하겠다고 누차 말씀드렸다"며 "여러분도 그런 각오로 산업의 고도화와 혁신을 통해서 수출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해수부에는 "물류가 (수출에 있어) 매우 중요해서 우리 스마트 항만과 물류 시스템의 디지털화, 고도화를 아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각별히 당부했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남성현 산림청장, 김종욱 해양경찰청장 및 농식품·해양수산 경영인과 기업인, 전문가, 농림해양수산 단체‧협회 등 140여명이 참석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곡물 생산‧비축 확대, 스마트 농업 확산‧고도화, 농식품 수출 100억불 달성,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직불제 확충 및 경영비 부담 완화, 농촌 복지 서비스 강화 등을 보고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국제물류(해운·항만), 블루푸드(수산), 해양모빌리티(선박안전·운항), 해양레저관광을 4대 해양전략산업으로 선정해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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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