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단대 전략’이 지지율 상승 이끌었다


취임 2개월 후 '지지율 40%'가 붕괴됐던 윤석열 대통령이 5개월 만에 이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보수 정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지지율 회복세가 두드리지는 가운데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전반으로 긍정 평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대응이 기폭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월 12일부터 닷새간 전국 성인 남녀 2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 결과 긍정 평가가 지난주 대비 2.7%p 상승한 41.1%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정 평가가 56.8%로 과반을 차지했으나 전주 대비 2.0%p 감소하는 등 부정 평가 하락세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 인사 및 배우자 논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내홍 등으로 지지율 침체를 겪었다. 급기야 리얼미터가 8월 첫째 주 실시한 국정수행 평가 조사에서 29.3%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로도 막말 논란 등 각종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좀처럼 지지율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지지율 상승 배경에는 보수 정당 지지층 결집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 조사 중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가장 낮았던 8월 1주 차 조사와 앞선 조사의 세부 항목별 지지율 증감 추이를 비교해보면 지역에서는 부산·울산·경남(19%p), 연령대는 70대 이상(20.2%p), 지지 정당에서는 국민의힘(16.9%p), 이념 성향에서는 보수(13.8%p), 직업에서는 가정주부(16.7%p) 증가폭이 두드러졌다(표 참조). 이들은 당초 윤 대통령에게 높은 지지를 보냈던 집단으로, 임기 초 각종 논란에 지지를 철회했다가 최근 다시 지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별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불법과의 타협은 없다"며 법과 원칙을 앞세워 강경하게 대응한 것이 지지층 결집에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물연대가 11월 24일 안전운임 일몰제 영구 폐지 등을 주장하며 파업을 개시하자 정부는 닷새 후 시멘트 운송에 사상 최초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12월 8일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에 대해서도 추가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무타협 방침'을 이어나가자 화물연대는 다음 날 조합원 투표를 통해 집단운송 거부를 철회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전임 정권의 반사이익을 받으며 대통령이 됐는데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대응에서 이 같은 이미지가 두드러져 지지율 반등의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갤럽도 12월 15일 "최근 윤 대통령이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에 이어 문재인 케어와 주 52시간 근무 폐기를 공식화하는 등 야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태세가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자에게는 원칙 추구로, 부정 평가자에게는 독단으로 비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최근 '노조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화물연대 총파업 대처 과정에서 경험한 지지율 반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2월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노동 운동, 노조 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조 회계 문제를 정조준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노동조합의 회계감사 규정을 강화하는 이른바 '노조 깜깜이회계방지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선(先) 결집-후(後) 확대' 전략으로 해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 소장은 "대선 당시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에게 노동 문제, 전임 정권 관련 의혹, 대북 문제 등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는데, 최근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모습에 일정 부분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 소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가장 낮게 나타났던 리얼미터의 8월 1주 차 조사와 비교할 때 최근 조사에서 지역별, 성별, 연령별, 지지 정당별, 이념 성향별, 직업별 세부 항목 모두에서 지지율 상승이 관측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이 다시금 결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임기 초 지지율을 회복하는 추세다. 리얼미터가 윤 대통령 취임 전날인 5월 9일부터 닷새간 전국 성인 남녀 2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수행 전망'에서 긍정 전망은 44.2%였는데, 최근 조사 결과와 3.1%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보수 정당 지지자의 경우 사실상 임기 초반과 차이가 없는 상태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경우 최근 조사에서 88.7%가 윤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임기 초 조사(90.6%)와 1.9%p 차이에 그치는 수준이다.

윤 대통령의 '선 결집 행보'는 2024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신 교수는 "중도층 지지세가 관측되고 있지만, 여권 입장에서는 총선 때까지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확고하게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 소장 역시 "윤 대통령은 야당이 국회 다수당인 상황에서는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한동안 '단대 전략'(단호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무너져 차기 총선에서 국회 다수당 지위를 국민의힘에 넘길 경우 그때서야 중도 외연 확장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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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