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소환 통보에…본 궤도 오른 사법리스크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보하면서, 선거법위반·성남FC후원금·쌍방울 변호사비 대납·대장동 의혹 수사의 창끝이 이 대표를 직접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본 궤도에 오른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검찰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 이 대표 최측근을 구속 수사한데 이어 22일 이 대표를 소환 통보하자, 이 대표 측과 민주당은 소환 조사의 신호탄이 올랐다고 보고 이에 계속 응할지 등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즉각 검찰의 소환을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검찰의 피의자 신분 출석 통보 사실을 전하며 "지금 야당을 파괴하고 정적 제거하는 데 힘을 쓸 때냐"라며 "이재명이 그렇게 무서운가"라고 결백을 호소했다.

그는 "검찰이 저를 소환하겠다고 전날(21일) 갑자기 연락이 왔다. 대장동을 가지고 몇 년을 탈탈 털더니 무혐의 결정된 성남FC를 가지고 소환한다고 한다"고 검찰의 소환 통보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십수 년간 탈탈 털려왔다"며 "없는 먼지를 만들어내려고 십수 년 노력했지만 아직도 못 만든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간 계속 털고 있다. 대장동은 특검하자고 대선 때부터 요구했더니 이상한 핑계를 대며 거부했다"며 "이재명을 죽인다고 해서 그 무능함과 불공정함이 감춰지지 않는다. 가장 몰상식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온갖 곳을 들쑤시고 이 잡듯 먼지를 턴다고 무고한 사람에게 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1야당 대표 소환은 유례없는 검찰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당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혐의가 입증된 게 없기 때문에 이 대표가 당당하게 싸워 나가길 원한다"며 "당이 당당하게 싸울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당 대변인이나 최고위원 등이 검찰 수사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거짓말이다, 어떻다는 말을 당의 공식라인이 하는 것은 안 맞는다는 것"이라며 "이게 당이 더 분열하지 않고 단일대오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 또한 최근 라디오에 출연 "지금 당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이 이 대표를 위해서도, 민주당을 위해서도 별로 지혜롭지는 않다"며 "이 대표에게 간곡하게 참고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또 내부 총질하는 것이다, 배신자다 이런 소리도 나올 수 있기에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향한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인 2018년 한 보수단체가 이 대표를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후원금 의혹은 두산건설, NH농협은행 성남시지부, 네이버, 분당차병원, 현대백화점, 알파돔시티 등 기업 6곳에서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170억여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최측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 등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이 이익을 챙긴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아울러 '위례신도 부패방지법 위반' 재판, 이 대표의 또다른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선거자금' 재판 등 이 대표를 향한 수사망을 점점 좁히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카더라' 기소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검찰의 소환 통보에도 이 대표는 민생 행보에 전념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북 안동과 울진, 강원 강릉 등지에서 ‘국민속으로, 경청투어’를 진행하기 위해 1박 2일 일정을 떠난 상태다. 이 대표의 측근은 “검찰의 프레임에 끌려다닐 수 없다”며 “검찰의 통보 하나로 일정을 마치고 복귀하는 것이 더 우습지 않느냐”고 전했다.

다만 부패 범죄 혐의와 관련, 검찰이 이 대표를 직접 정조준한 것이 처음이기에 당내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비토’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비명(非이재명)계 의원은 “앞서 당 전체가 ‘이재명 방탄’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시점에서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만큼은 당이 이 대표를 위해 나서선 안 된다는 목소리였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협의가 입증된 게 없기 때문에 이 대표가 당당하게 싸워나가길 원한다”면서도 “당이 당당하게 싸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명(親이재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앞서 무혐의가 난 사건이기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이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면서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가) 당당하게 맞서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내의 분분한 의견 속 이 대표 측은 검찰에 출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 측은 “이미 끝난 사안에 다시 응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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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