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업종 늘리고, 주휴수당 폐지... 尹정부 노동개혁 밑그림 공개

‘주 52시간제’ 연장근로 기준을 연(年) 단위까지 확대하고 근로자 파견 허용 업종과 기간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안이 공개됐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꾸고, 주휴수당을 폐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권순원 교수 등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 위탁으로 노동개혁 과제 발굴을 논의해온 전문가 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을 12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하는 형식이지만 이미 정부와 상당한 공감대를 이룬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 이를 바탕으로 개혁이 추진될 전망이다.

현재는 정규 근로시간(주 40시간)에 연장근로(주 최대 12시간)까지 근무 시간이 ‘1주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에서 노사 합의하에 최대 ‘연’ 단위까지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또 호봉제 중심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날 연구회는 근로자 파견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행 파견법이 허용하고 있는 업종 32개, 최장 2년 기간 제한을 풀고, 확대하라는 의미다. 또 1주에 15시간 이상 일할 경우 하루 치 일당을 더 주는 ‘주휴수당’을 없애라고 권고했다. 연구회는 노사 줄다리기 방식으로 결정되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 또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회는 노조 파업 때마다 등장하는 사업장 점거·대체근로 불허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는 파업 때 생산 시설만 점거가 금지되기 때문에 사장실이나 로비 점거로 경영이 마비되는 경우가 잦다. 또 파업 때 다른 근로자를 대신 투입하는 대체근로도 균형적 노사관계 관점에서 허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권고안 중 상당수가 법률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강력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조의 역할과 위상을 폄훼하는 개악 권고문”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연구회는 “1953년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은 변화 없이 70년간 유지되고 있고, 노사관계는 대립과 갈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권고안은) 근로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자율성을 높여주는 조치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는 권고안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 개선 방안을 권고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계가 오랜 기간 요구해 온 '연장근로 관리단위의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가 반영됐다"며 "그간 경직적인 주52시간제의 틀 안에서 고질적인 인력난과 불규칙적 초과근로에 힘겹게 대응해 오던 애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환영 의사를 표했다.

경영계는 연구회에서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연장·야간·휴일근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 또는 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권고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 도입보다 특별건강검진, 연속휴가 보장, 의무휴일 등 다양한 보호방안 중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분기 단위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 월 단위 대비 90~70%로 감축하도록 한 점,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에서 연장근로시간을 저축하는 경우 현행 가산수당보다 높은 수준을 적립토록 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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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