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봉 1억 넘는데…실내마스크 풀려도 '3시 반' 문 닫는다

국내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단축한 은행 영업시간도 다시 늘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금융 노사 합의에 따르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려도 은행 영업시간이 원래대로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의 근로시간 단축(주 4.5일 근무) 요구 등과 맞물려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오전 9시 반 개점·오후 3시 반 폐점`이 굳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시중은행 영업시간이 변경되자 서울 도심의 한 시중은행 출입구에 게시된 영업시간 변경 안내문.

은행 영업시간은 지난해 7월 12일부터 당초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으로 줄어들었다.

정부가 같은 달 9일 `코로나19 대유행 차단`을 명목으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강화하면서, 금융 노사는 일단 12일부터 23일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은행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기로 한시적으로 합의하면서다.


하지만 이후에도 단축 조치는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참여한 중앙노사위원회가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상 다중이용시설 제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이 해제되기 전까지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유지하기로 한다”고 의결하면서 영업시간 단축은 전국으로 확대됐다. 금융 노사는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앞서 별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영업시간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TF는 구성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달 금융노조 위원장 후보 등록 마감 결과 박홍배 현 금융노조 위원장이 단독 후보로 나섰고, 오는 15∼16일 전자 투표를 거쳐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박 위원장의 주요 선거 공약 중 하나가 `주 4.5일제 도입`인데, 근로시간과 영업시간이 같지는 않지만 노조가 공약 달성을 강조하면 영업시간 단축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그만큼 적어진다.

TF를 가동해도 현재 금융노조 분위기를 감안하면 영업시간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차기 금융노조 위원장 단독 후보로 나선 박홍배 현 금융노조 위원장의 주요 선거 공약 중 하나가 ‘주 4.5일제 도입’이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주 4.5일로 줄이자고 주장하는 노조 입장에선 영업시간을 다시 한 시간 늘려 정상화한 뒤 이와 별개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10월 사측이 노조가 요구하는 이른바 `은행 점심시간 셧다운`(교대 근무 방식이 아니라 직원 전원 점심식사) 대신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수용한 것처럼, 향후 협상에서 만약 노조가 영업시간 원상복구에 합의한다 해도 보상 차원에서 다른 요구 사항을 내걸 가능성도 크다.

금융노조가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가계·기업대출 증가로 커진 반사 이익을 누린 와중에 소비자 불편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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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