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일주일새 100원 급락…1200원대 간다 vs 낙관 이르다


원/달러 환율이 일주일 새 100원 가량 급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지난 11일 하루에만 60원 가까이 떨어졌다. 달러화 초 강세가 이어지며 1440원대까지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환율이 반대로 빠른 속도로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8개월 만에 7%대로 하락하며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데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수가 이어지면서 역외시장을 중심으로 달러화 매도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 전문가들은 당장 환율이 1200원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끝나기 전까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최근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앞두고 위험선호 심리가 이어지면서 줄곧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일주일 전인 지난 4일 1410원대에서 지난 8일 1380원대로 내려갔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1일에는 장중 59.1원이 빠지면서 1310원대까지 급락했다. 하루 하락폭으로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영향으로 급락했던 2008년 10월 30일(-177원) 이후 가장 컸다. 일주일만에 100원이 하락한 것이다.


이달 중 원화는 여타 통화에 비해서도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DXY)가 2.8% 하락할 동안 원화는 달러 대비 8% 절상됐다. 같은 기간 절상률은 △엔화(4.4%) △스위스 프랑(3.4%)△유로·위안화(2.8%) 등에 비해 컸다. 그만큼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 분위기가 수그러들면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10월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 2월(7.9%) 이후 처음으로 물가상승률이 7%대로 떨어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7.9% 상승치도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 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시장 참가자들은 다음달 연준의 금리인상 폭이 0.5%포인트일 확률을 80.6%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61.5%에서 크게 오른 수준이다.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19.4%로 일주일 전 예측(38.5%)보다 낮아졌다.

여기에 원화 강세 요인도 맞물렸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 확정 전후 '차이나 런(중국이탈)' 자금이 한국증시로 이동한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증시 순매수세는 원화 강세 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일부터 7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 약 2조원 어치를 사들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가장 눈 여겨 본 물가 지표가 하락하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 수준까지 다시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연말 전 다시 환율이 다시 반등힐 수 있다는 경계감을 나타냈다. 10월 한 달 지표만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꺾였다고 확신하기 어렵고,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다. 게다가 겨울철 유럽의 에너지 대란 우려 등 대내외 불안 요소등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안에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낙폭이 단기간에 커서 숨고르기가 있을 수 있다"며 "유럽 에너지 우려는 겨울을 지나봐야 확인되는 부분이 있어서 내년 초는 지나야 추세적인 안정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당장 다음주에는 저가 매수 등 수요로 다시 재반등 할 수도 있다"며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경기 침체나 신용 위험은 후행하는 경향이 있고 앞으로 몇 달동안은 이러한 불안감을 잠재우기 힘들 수 있어 환율의 추세적인 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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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