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길래 왜 건드렸나”···갈수록 커지는 한동훈 존재감

검찰, 민주당사·국회 동시 압수수색
황운하와 설전·고소戰 다음날 벌어져

野 일각 “괜한 말싸움 한동훈만 키워줘”
與 내부선 “믿을 건 역시 한 장관 뿐”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전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 ‘국회 모욕죄’로 고소한 다음날 검찰이 국회 소재의 정진상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단행하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조차 적잖게 놀란 눈치다. 민주당 당사와 국회본청을 동시에 압수수색 강행하는 것은 사상 초유 일이기 때문이다.
여당 내에선 “그러길래 왜 건드렸냐”는 반응이, 야당 일각서도 “한장관 존재감만 키우고 있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9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오전부터 정 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정 실장이 근무하는 여의도 민주당사 내 당대표 비서실과 국회 본청에 위치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에도 비슷한 시간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정 실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게 직무와 관련해 총 1억4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부패방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런 검찰 행보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이재명 당대표의 ‘오른팔’격인 정실장까지 겨냥하면서 수사칼날이 민주당 심장부를 본격 겨냥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검찰의 이런 국회본청 압수수색은 전날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향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말한 한동훈 장관을 고소한 바로 다음날이라 더 주목받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7일 예결위에서 “저는 김어준 씨나 황운하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서 정치 장사를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앞서 지난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한 장관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 기조가 이태원 참사 배경이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고 이날 예결위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한 장관을 공격했다.

검찰 압수수색이 황의원 고소건과 연관이 없고 검찰지휘권은 검찰총장에게 있지만 바로 다음날 검찰이 민주당사와 국회 본청 동시 압수수색 시도하자 여당에선 “그러길래 한동훈을 왜 건드렸냐” “믿을 건 역시 한동훈 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야당에선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성난 반응과 함께 일각에선 “또 한 장관 존재감만 여의도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 내 한 초선 의원은 “경찰 책임이 이태원 참사에서 워낙 명백하고 커서 국회 회의 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여당으로서 최대한 발언을 아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한 장관은 눈치 보지 않고 야당의원들에게 할말 다 하다 보니 내심 ‘속’이 시원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지 국회에서 설전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애도기간 중 국민의힘은 야당의 책임론 공세에 사실상 ‘꿀먹은 벙어리’ 신세였다. 그런데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한 장관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를 처음 공개적으로 띄웠다.
민주당이 “경찰이 ‘셀프조사’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신뢰하냐”며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하자 “검수완박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못한다”고 맞받아 친 것이다.

한 장관이 ‘검수완박’ 문제 제기 후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권성동 의원 등이 줄줄이 검수완박 문제를 제기하며 민주당에 반격하기 시작했다. 여당 전략도 사실상 한 장관이 지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러다 보니 한 장관 존재감이 법무부가 있는 과천이나, 검찰이 있는 서초동 보다 여의도에서 더 쑥쑥 커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내년 초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여당 내에 여전히 ‘윤심’을 대변할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전망 속에서 여전히 한동훈 차출론이 힘받고 있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국회에서 상임이나 예결위가 열릴 때 마다 한 장관이 입구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는 게 용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하면서 질문받는 것과 비견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런 한 장관에 대해 이날도 “소영웅주의·관종(관심종자)”이라며 맹폭했다.

황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스타 의식에 빠져 있지 않느냐란 의견이 저 말고도 많다”며 “과격한 언사를 사용해서 자신의 지지층 또는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하려고 한다. 중고생 때의 어떤 소영웅주의를 보는 듯하다”고 혹평했다.

이어 “관종이란 표현도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는 사람을 젊은 세대들이 즐겨 쓰는 말로 안다”며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과 같은 맥락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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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